[현장] LG엔솔, 잇단 계약 해지로 13조원 증발…배터리 구조조정 수순 밟나

인사이드 / 김영택 기자 / 2025-12-27 09:08:24
FBPS·포드 등 배터리 사업 철수…美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및 시장 둔화 탓
대규모 계약 해지 잇따르며 혹한기…中 경쟁 심화로 위기감 고조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의 3조9000억원 규모 계약을 해지하며, 최근 열흘 새 총 13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이 무산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FBPS·포드 등 배터리 사업 철수…美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및 시장 둔화 탓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공시를 통해 FBPS의 배터리 사업 철수에 따라 지난해 4월 체결했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상호 협의 하에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해지 금액은 공시일 환율 기준 3조9217억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4월부터 2031년 말까지 예정된 전체 계약액 27억9500만 달러 중 이미 이행된 1억1000만 달러를 제외한 잔여 물량에 해당한다.

최종 금액은 향후 실사와 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FBPS는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그룹의 계열사로,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서 배터리팩 조립을 위한 기가팩토리를 운영해왔다.

계약 당시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배터리 모듈을 공급받아 팩으로 조립한 뒤 북미 상용차 업체에 납품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배터리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7일에도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진행 예정이었던 9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포드는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캐즘) 장기화 등을 이유로 일부 전기차 모델 생산을 취소하고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번 연이은 계약 해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예정 매출을 잃게 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25조6200억원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이번 계약 해지가 재무적으로 미치는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대규모 계약 해지 잇따르며 혹한기…中 경쟁 심화로 위기감 고조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중국 배터리 업체의 거센 추격은 장기적인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두 건의 대규모 계약 해지라는 악재를 맞았다. 이런 대규모 계약 해지는 LG에너지솔루션의 중장기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4일, 혼다와의 합작법인 'L-H 배터리 컴퍼니' 건물을 4조 2243억원에 혼다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이 합작사는 미국 오하이오 주에 40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공장 가동 전에 계획이 틀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건물 매각 후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생산은 이어갈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SK온 역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지난 22일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로오벌SK'를 청산했으며, 지난달에는 중국 EVE에너지와의 합작 관계도 정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예상했던 전기차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배터리 업계에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 확대는 국내 업체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고 전했다.

 

알파경제 김영택 기자(sitory010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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