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와 승계용 기업...현대차, 규제 회피용 매각지분 10% 다시 사올 듯"

인사이드 / 김상진 기자 / 2023-05-21 08:38:04
◇현대차, 지분도 없는 현대글로비스에 대규모 일감 몰아주기
◇법원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 연관 없다”
◇정의선-정몽구, 24원짜리 페이퍼컴퍼니에 글로비스 지분 10% 넘겨
◇“매각 현대글로비스 지분 10%, 현대차가 다시 사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자동차 전용선인 ‘글로비스 스카이호’ 갑판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상진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자체적인 사업성보다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와 승계용 성격이 강한 기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 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용으로 24원짜리 페이퍼컴퍼니에 넘긴 정의선-정몽구 부자의 10% 지분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해당 거래로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총수 일가 주식을 팔아치워 합산 지분율을 규제 기준이 되는 20% 아래로 살짝 낮추는 방법을 썼기 때문이다.

조호진 타키온월드 대표이사는 20일 알파경제에 “현대글로비스의 전신은 한국로지텍”이라면서 “12억5300만원 자본금의 한국로지텍의 주주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40.15%를, 정의선 회장이 59.85%를 각각 소유하면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사진=현대글로비스)

 

◇ 현대차, 지분도 없는 현대글로비스에 대규모 일감 몰아주기


조호진 대표는 “이 같은 지분구조인 현대로지텍의 특이점은 현대차의 물류를 전담하면서 매출이 보장됐지만, 현대차의 지분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분도 없는 현대차의 일감 몰아주기에 현대글로비스는 첫 해에만 1984억원의 매출, 영업 이익 93억원을 올리는 등 고속 성장을 시작했다.

이후 2005년 상장에 성공한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대규모 일감을 등에 업고 2만 1300원에 시작해 일주일도 안돼 6만원으로 급등했다.

조 대표는 “당시 주가와 지분율만으로 정의선 회장은 7000억원의 자산이 생겼다”면서 “만일 해당 자산을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상속받았다면, 세금만 35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 19일 종가는 16만540원으로 시총 6조 2025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가 16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렸다. (사진=참여연대)

 

◇ 법원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 연관 없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정의선 부자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세금은 탈루하고 천문학적인 자산을 모았다면서 현대차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11년 소액주주 측 일부 승소와 일감 몰아주기 무죄 판결로 귀결됐다.

당시 여환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일감 몰아주기 무죄판결 이유로 “현대차 생산업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등의 점만으로는 현대글로비스 설립이 현대차에 현존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업기회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환구는 관련 무죄 판결 2년 뒤 김앤장으로 이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20년에도 논평을 내고 “(현대글로비스로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수조 원대의 현대차그룹의 자산이 총수 일가에게 이전됐다”면서 “막대한 이득과 현재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제개혁연대는 “정의선 회장은 단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장남이라는 지위만으로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손쉽게 마련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 정의선-정몽구, 24원짜리 페이퍼컴퍼니에 글로비스 지분 10% 넘겨

조호진 대표는 “지난 해 현대글로비스가 정의선-정몽구 부자의 지분 10%를 조세 피난처에 있는 PGH(Project Gurdain Holdings)에 넘긴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이한 것은 하나은행에서 계약도 안된 해당 지분(현대글로비스 10%)을 담보로 자본금 24원짜리 회사에 수천억원을 빌려주면서 해당 거래가 성사됐다.

또한 “관련 거래가 LBO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PGH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맨제도에 설립된 자본금 24원짜리 페이퍼컴퍼니”라며 “LBO는 현대차 그룹의 생존이자 확장 도구였다”고 조 대표는 주장했다.

타키온월드 측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기아를 1999년 1.1781조원에 인수한다. 인수 주체는 현대차였지만, 자금의 상당 부분은 대출이었다.

기아를 인수한 다음에 기아의 자산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면서 현대모비스를 경영한다. 현대모비스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다시 현대차 지분을 매입한다. 이런 식으로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의 순환 출자가 형성되면서 현대차 그룹을 일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월 26일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기준을 완화해 규제 적용 대상을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 보고했다. 사진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위)


◇ “매각 현대글로비스 지분 10%, 현대차가 되사올 가능성 높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구조는, 대기업 가운데 총수 지배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갖는 유일한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24원 자본금 PGH가 인수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10%의 실제 소유주는 정의선 회장으로 추정했다.

타키온월드에 따르면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PGH가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실제로는 정의선 회장의 소유 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조 대표도 “현대차가 매각한 지분 10%를 되사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점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풀린 이후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윤석열 정부는 현행 일감 몰아주기 거래 가운데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만 제외하고 있는데, 그 범위를 넓혀 수출 목적의 국내 계열사와의 거래마저 빼줄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 같은 경우, 해외 수출을 위한 국내 계열사 간 부품 거래도 빠지면 사실상 총수 부담은 없어지는 등 관련 규제 완화 덕을 확실하게 보게 된다.

 

알파경제 김상진 기자(ceo@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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