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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적극 재정을 표방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권이 26일 확정한 2026년도 예산안에는 작은 ‘서프라이즈’가 담겼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의하면 일반회계 기준 기초적 재정수지(프라이머리 밸런스)가 1998년 이후 28년 만에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수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기 금리 상승 압력에 직면한 금융시장은 이번 흑자가 재정 기조 전환의 신호인지, 단기적 계산의 결과인지 정치권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6년도 일반회계 기준 프라이머리 밸런스는 1조3429억엔 흑자로 집계됐다.
전년도 당초 예산 단계에서 7816억엔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조1000억엔 개선된 수치다. 전년 대비 약 6조엔 늘어난 세수가 재정 개선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프라이머리 밸런스는 국채 이자 지급을 제외한 정책 지출을 세수 등으로 충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일본 역대 정권이 재정 건전화의 핵심 목표로 삼아왔다.
다만 최종 판단은 국가와 지방을 합산한 결산 기준으로 이뤄진다. 다카이치 총리가 “단년도 흑자에 집착하지 않고 몇 년 단위로 균형을 보겠다”고 언급해온 만큼, 이번 흑자의 상징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예산안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재정 규율 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금리가 한때 27년 만의 최고치인 2.1%까지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 단계에서의 흑자 달성은 “재정 규율을 의식하고 있다”는 정권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각부가 공식 통계로 사용하는 국민계정(SNA) 기준으로는 2026년도 흑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에도 결산 기준 수치는 당초 예산보다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총리 지시로 세출 규모가 17조7000억엔까지 불어난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 중 상당 부분이 2026년에 집행되면서 재정수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야마토종합연구소의 스에요시 다카유키 경제조사부장은 “과거 집행 패턴을 감안하면 약 7조엔이 수지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매년 반복되는 대규모 추경까지 더해질 경우, 지방 부문의 흑자도 상쇄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프라이머리 밸런스 목표 자체가 이미 역할을 다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무 잔액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낮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은 인플레이션과 명목 성장률 상승에 힘입어 채무 증가 속도가 억제되면서, 재정수지가 적자임에도 채무 잔액의 GDP 대비 비율은 개선돼 왔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 금리 상승이 국채 이자 부담을 점진적으로 키우면, 채무 잔액이 다시 빠르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각부의 중장기 재정 시산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이 1.5% 수준으로 높아지고 명목 성장률이 3% 안팎을 유지할 경우 채무 비율은 하락세를 이어간다.
반면 잠재성장률이 0.5% 이하로 떨어지고 명목 성장률이 1% 미만으로 둔화되면, 프라이머리 밸런스가 흑자여도 2029년 이후 채무 비율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0.5~0.6%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민간 연구기관의 장기 전망을 종합하면 명목 성장률은 두 시나리오의 중간에 위치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이 프라이머리 밸런스 목표를 완전히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 지형의 유동성도 변수다. 참의원에서 여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다당 구도 속에서, 야당 역시 재원 대책을 포함한 재정 계획을 제시하며 정책을 요구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다카이치 정권은 아동 수당 확대, 연봉의 ‘벽’ 상향, 휘발유세 잠정세율 폐지 등 야당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왔다. 이는 법안 통과에는 도움이 되지만,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
해외 사례는 시사점을 준다. 영국은 여야 모두 총선 공약에 향후 5년간의 재정 계획을 명시하고, 세출 삭감이나 증세 방안을 포함해 수지 균형을 맞춘다.
네덜란드에서는 독립 재정기관이 각 정당 공약의 재정 영향을 사전에 분석해 공개한다.
일본에서도 2026년 1월 사회보장 개혁을 논의하는 국민회의가 신설될 전망이다. 저·중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급부세액공제 설계가 핵심 의제지만, 사회보장 전반의 중장기 급부와 부담을 논의하는 구상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사회보장 제도의 지속 가능성은 일본 재정의 최대 과제다.
여야가 책임을 분담하는 논의 구조가 정착될 수 있을지, 2026년은 그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