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홍민택 카카오 CPO, 나무위키에 '카톡 개편 논란' 삭제 요청

인사이드 / 이준현 기자 / 2025-10-13 08:29:35
홍민택 CPO, 나무위키에 법적 대응..."허위사실·명예훼손"
나무위키, 신청서 비공개 거부...투명성 보고서로 공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카카오톡 대개편을 총괄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나무위키에 자신과 관련된 논란 문서의 삭제를 요청했지만, 나무위키 측이 신청서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오히려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 변호인 통해 삭제 요청..."블라인드 캡처가 근거 전부"

11일 나무위키에 따르면 홍 CPO는 변호인을 통해 '2025년 카카오톡 대개편 관련 논란'과 인공지능(AI) 풍자곡 '카톡팝' 항목에 대한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홍 CPO 측은 해당 문서에 기록된 "사내 카르텔 형성", "실무진 반대 무시하고 기획 강행", "자화자찬" 등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게시물 근거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캡처 화면이 전부"라며 "작성자가 내용 진위를 확인하려는 노력도 없이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 이익보다 개인 비방을 통해 인격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려는 목적"이라며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근거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 유통금지),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311조(모욕) 등을 제시하며 서비스 제공자의 임시조치 의무를 강조했다.

AI 풍자곡 '카톡팝' 영상에 대해서도 "동의 없이 얼굴을 AI로 변형해 제3자 저작물과 합성하고 비하 자막을 삽입했다"며 초상권·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등에서도 삭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톡 친구 탭 업데이트. (사진=카카오)


◇ 나무위키, 임시조치는 수용했지만 신청서는 공개

나무위키 운영사는 홍 CPO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문서를 11월 8일까지 임시조치했다.

하지만 홍 CPO 측이 요청한 '신청서 비공개'는 거부하고 투명성 보고서 형태로 전체 내용을 공개했다.

투명성 보고서는 나무위키에 문서 삭제를 요청한 당사자 이름과 사유를 공개하는 제도다.

나무위키는 사용자가 직접 문서를 작성·수정하는 오픈형 플랫폼으로, 글로벌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국내 웹사이트 접속자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구글·네이버·유튜브·다음에 이어 다섯 번째로 방문자가 많은 만큼,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자신 관련 문서 삭제를 요청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다만, 대기업 임원이 직접 나서 문서 삭제를 요청하고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오히려 논란 키운 법적 대응

홍 CPO의 이러한 법적 대응은 카카오톡 개편 논란이 잦아들던 시점에 오히려 이슈를 재점화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달 23일 15년 만의 카카오톡 대개편을 단행했으나 이용자 반발에 부딪혀 6일 만인 지난달 29일 주요 기능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직원 인증을 받은 사용자가 "홍 CPO가 개발자 등 실무진 반대에도 업데이트를 강행했다"는 폭로성 게시글을 올렸다.

홍 CPO 측은 이를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반박했지만, 실제 개편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철회된 상황이 블라인드 폭로의 신빙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적 대응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에게 해당 내용을 알리는 '스트라이샌드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나무위키 투명성 보고서 공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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