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란봉투법 후폭풍 시작…현대제철·네이버, '원청 리스크' 현실로

인사이드 / 김교식 기자 / 2025-08-28 08:27:31
현대제철 하청 1892명 집단고소…네이버 6개 자회사 동시 집회
조선·IT·물류까지...전 산업 확산 조짐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 조합원들이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손자회사 6개 법인의 2025년 임금ㆍ단체교섭 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27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근로자 1892명이 원청을 상대로 집단 고소장을 제출하고, 같은 날 네이버 6개 자회사 노조가 본사 앞 집회를 여는 등 노란봉투법 통과 3일 만에 하청 노조의 '원청 직접 교섭'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 노란봉투법 통과 3일만…현대제철·네이버 동시 타격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현대제철 사내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130여 명이 노란 조끼를 입고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조합원 1892명 명의로 현대제철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고소하는 집단 고소장을 제출했다. 전 조합원이 직접 집단 고소에 나서는 것은 국내 최초다.

같은 날,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도 6개 자회사 노조가 집회를 열며 모회사의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리코,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 네이버 손자회사들이 검색과 IT 인프라, 고객센터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함에도 모회사와 처우 격차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이 24일 국회를 통과한 지 단 3일 만에 나타난 파급효과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모기업인 네이버가 계열사의 임금과 복지, 인력 운영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해온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며 "네이버가 사용자로서 책임있게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도 "현대제철은 파견법을 위반하며 하청 비정규직을 착취했고, 이 범죄를 덮으려 자회사를 강제했다"며 "현대제철은 불법 파견을 중단하고 정규직 전환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7일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불법파견·교섭거부’ 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선·IT·물류까지...전 산업 확산 조짐

노란봉투법 파급효과는 이미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LG헬로비전 비정규직지부는 27일 "LG헬로비전에 하청 구조를 없애고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김택성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하청 구조 속에서 권리와 임금이 계속 깎이고 있다"며 "임금 삭감과 단협 개악 시도를 끝내고, 비정규직 전원을 자회사로 전환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더 이상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구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업종노조연대도 HD현대·한화오션 등 원청에 공동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특히 자동차, 조선, 철강 등 다단계 협업 체계가 필수적인 주력 산업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가 '협력업체 계약 조건 변경·거래선 다변화'를 우선 검토한다고 답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도 외투기업의 55%가 노란봉투법이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기업의 이탈 위험도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GM의 헥터 비자레알 대표는 고용노동부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 통과 시 한국 사업장 재평가 가능성을 시사했다.
 

27일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불법파견·교섭거부’ 현대제철 비정규직 집단 고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6개월 시행 유예의 역설...법정 다툼 '우려'

아이러니하게도 '대화 촉진법'을 표방한 노란봉투법은 오히려 상당수 갈등을 법정으로 끌고 갈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제철 사례처럼 노조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고소·고발에 나서고, 기업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법의 6개월 시행 유예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기존 노조법이 적용되지만, 노조들은 이미 개정법을 근거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하도급 계약서 재검토와 업무 지시 체계 변경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적용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결국 모든 개별 사건은 대법원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2026년 연초 임금교섭부터 본격화될 '원청 vs 하청노조' 직접 대면에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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