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李 대통령, 고물가에 칼 빼들었다…20% 영업이익 '유통 재벌'도 잡힐까

인사이드 / 이준현 기자 / 2025-10-10 08:25:32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5년간 22.9% 치솟은 먹거리 물가를 잡겠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식품업계를 향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까지 총동원해 가격 담합과 탈세 의혹을 파헤치고 있지만, 정작 20%대 영업이익률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농산물 유통 독과점 구조는 손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서울 한 빵 판매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 빵·커피·과일 상승률 40% 육박

1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은 2020년 9월 대비 22.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6.2%를 6.7%포인트나 웃돈다. 빵은 38.5%, 과일은 35.2%, 커피는 38.2%씩 치솟았다.

반면 2022년 이후 국제 밀 가격이 고점 대비 50% 넘게 하락한 데 이어 설탕 가격 역시 내림세를 보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곡물가격지수 역시 5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나. 이는 정부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관계부처에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조선시대 때도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키고 그랬다"는 극한 표현까지 동원했다.

정부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공정위는 이달 중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설탕 3사의 담합 혐의에 대해 제재 절차(심사보고서 발송)에 착수한다.

밀가루·계란 가격 담합과 가공식품 담합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가 직접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가격 조정 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위험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강력한 조치다.

조정 기준이 되는 '정상 가격'이 얼마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실제 집행된 적은 없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서 공정위도 검토에 나섰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관계자들이 경매를 위해 배추를 옮기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가락시장 5대 도매법인…영업이익률만 20%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자리한 유통 구조를 지목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가락시장 5대 도매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에 달한다.

이는 대형마트 평균 영업이익률 6~8%의 3배가 넘는 수치다. 횡재세 논란을 빚었던 정유사들이 고유가 시대에 누린 영업이익률 6%대와 비교해도 4배 가까이 높다.

이 막대한 이익은 농업과 무관한 대기업들의 주머니로 흘러간다. 중앙청과는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대아청과는 호반건설·호반프라퍼티, 서울청과는 고려철강이 소유하고 있다.

건설·철강 재벌들이 공영도매시장이라는 공적 인프라를 이용해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을 확보한 셈이다.

도매법인의 높은 수익성은 유통비용 구조에서 비롯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농산물 유통비용이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이다.

무는 70%, 양파는 80%, 사과는 62.6%에 달한다. 농민은 헐값에 팔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는 동안, 그 차액의 대부분은 유통 과정에서 증발한다.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1985년 개장 당시 지정된 이후 단 한 번도 지정 취소된 적이 없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독점 구조 속에서 40년째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2023년 초부터 물가 급등" 지적했지만...유통 독과점은 외면 비판도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식품업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도 없지만, 시장도 정부 정책을 이길 수 없는 관계"라며 "고삐를 놔주면 담합하고 독점하고 횡포를 부리고 폭리를 취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식료품 물가 상승이 시작된 시점은 2023년 초인데, 왜 이때부터 오르기 시작했는지 근본적 의문을 가져야 한다"며 "(이때부터) 정부가 통제 역량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환율 문제로 수입 식료품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환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일축했다. 당시 물가 관리 실패는 이전 정부의 실책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주병기 공정위원장을 향해 "담합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담합으로) 가격을 올려 과도한 이익을 취한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독과점 기업 강제 분할과 가격 조정 명령 등 강력한 제도적 수단까지 거론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정작 이 대통령이 지적한 '정부 통제 역량 상실'의 진짜 원인인 유통 독과점 구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송 장관에게 "사과값이 오르면 왜 바나나나 토마토값도 오르느냐"며 유통구조 문제를 지적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주요기사

[현장] 최태원부터 정의선까지…국감 무분별한 증인 소환…재계 '정치적 쇼' 비판도
[분석] 10월 증시 전망, 불확실성 속 주식 비중 확대..반도체주 지속 관심
[현장]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대법 판결 임박…1.3조 재산분할 쟁점
새출발기금 출범, 113만 장기연체자 채무조정 지원…’모럴해저드’ 비판도
[현장] LG전자, HBM 장비 시장 진출 가속도…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과 3파전 나서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