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스위트룸서 수천만원…총체적 비리·부실 드러나

인사이드 / 이준현 기자 / 2026-01-09 08:28:43
성비위 조합장도 경징계로 솜방망이…내부통제 전면 붕괴
"공소시효 6개월 특례조항 폐지해야"…금권선거가 농협 비리 근본 원인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농식품부의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결과, 강호동 회장의 과도한 보수와 해외출장비 초과, 온정적 징계 관행 등 총체적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건은 수사 의뢰됐고, 65건의 비위 사실이 확인됐으며, 651건의 익명 제보가 쏟아진 가운데, 외부 감사위원들은 "금권선거를 근절하지 않으면 농협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 강호동 회장, '연봉 7억·직상금 13억'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강호동 회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연간 3억9000만원의 실비와 수당을 받으면서 동시에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해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하고 있다. 여기에 퇴직 시에는 농협중앙회에서 퇴직공로금까지 받는 구조다.

강 회장은 해외 출장 시 숙박비 상한선이 250달러로 정해져 있음에도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1박당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186만원까지 초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과 지출한 숙박 경비 금액은 모두 40000만원에 이른다.


하승수 외부 감사위원은 "5번의 해외 출장에서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숙박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업무추진비 카드도 본인이 아닌 비서실 명의로 발급받아 내역 공개를 회피하는 등 '깜깜이 집행'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회장과 임원들이 집행하는 직상금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4년에만 13억원 가까이 별다른 제한 없이 집행됐지만, 구체적인 집행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과 지준섭 부회장은 이번 특별감사 과정에서 감사위원들의 대면 문답 요청을 끝내 거부해 책임 회피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총 23억4600만원을 들여 참석한 모든 조합장에게 220만원 상당의 휴대폰을 나눠준 사실도 드러났다. 과거 대의원대회 기념품 비용이 평균 3억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농식품부는 이러한 수령 행태가 과연 적법·적정한 것인지에 대해 추가 법률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내부통제 전면 붕괴…성비위도 '솜방망이 징계'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는 농협협동조합법에 따라 인사 독립성이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부회장에게 인사 서열을 보고하고 인사부서가 승진 규모를 조정하는 등 독립성이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 절차의 부실함은 더욱 심각했다. 조합감사위원회는 징계에 해당하는 74건을 아예 징계심의회에 부의하지 않았고, 211건은 징계가 아닌 주의 처분으로 마무리했다.

조합장에게 경징계를 처분한 27건 중 최소 6건은 성희롱이나 업무상 배임 등 중징계 사안에 해당했지만 경징계로 처리됐다. 온정적 처분이 일상화된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임직원의 범죄행위에 대해 고발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2022년 이후 징계한 21건 중 범죄 혐의가 있는 6건에 대해 고발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지도 않았다.

성 비위, 업무상 배임 같은 범죄 혐의였음에도 고발하지 않았다.

성희롱 등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는 내부 남성 직원으로 편향되게 구성됐고, 인사부서에서 검토한 징계 수위를 그대로 반영하는 형식적인 절차로 운영되고 있었다.

무이자자금 지원도 특정 조합에 편중됐다. 2024년 일반조합에 대한 무이자자금은 7.6% 증가한 반면, 조합장이 중앙회 이사로 재임 중인 이사조합의 경우 26.3%나 증가했다. 이사조합은 전체 1070개 조합 중 18개에 불과하다.
 

(사진=농협중앙회)


◇ 공소시효 6개월이 면죄부 됐다

하승수 외부 감사위원은 "농협중앙회와 단위조합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의 근본 원인이 선거제도에 있다는 것이 외부감사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현재 농협 선거는 농업협동조합법과 공공단체등위탁선거법 모두 공소시효 6개월 특례조항을 두고 있다.

하 위원은 "돈을 불법적으로 써도 공소시효 6개월만 지나면 된다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선가괴 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선거가 되다 보니 자금 조달을 위해 비위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며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행태가 발생할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외부감사 위원들은 공소시효 6개월 특례조항을 폐지하고 돈 선거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책 중심의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도 선거일 후 6개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 등 공직선거는 금권선거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농협 선거는 여전히 금권선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특례조항 폐지가 시급하다는 평가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농협 새롭게 거듭나도록 할 것"

이번 특별감사는 중간 브리핑이라는 점에서 향후 전개 과정이 주목된다.

농식품부는 임직원 변호사비 공금 지출 의혹과 농협재단 임직원 배임 의혹 등 법령 위반 정황이 있는 2건을 지난 5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형사사건 변호사비 부분은 농협중앙회 공금 3억2000만원이 지출된 건이다.

감사 결과 확인된 65건은 확인서를 징구했고, 사전 처분 절차를 거쳐 1월 중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하고 공개할 계획이다.

농협의 부정·금품 선거 관련 문제점에 대해서는 추가 감사를 거쳐 수사 의뢰,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임직원의 금품 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 38건도 추가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익명제보센터를 통해 접수한 제보 651건 중 현장 확인이 어려웠던 회원조합은 신속하게 현장 중심의 특정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반복적인 비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제도 개선도 신속하게 추진한다. 농협중앙회·회원조합의 인사·운영 투명성을 확대하고 내부감사 및 견제 기능을 정상화하면서 정부 관리·감독권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농식품부는 농업계, 외부 전문가 등을 포함한 가칭 농협개혁추진단을 1월 중 구성한다. 선거제도 및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 등에 대한 추가 감사와 회원조합에 대한 현장 특정감사를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 국조실,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과 범정부 합동감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상임위를 통과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조합 외부감사 주기 단축, 도시농협 역할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 더해 추가 개선 방안을 마련해 농업협동조합 추가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김종구 차관은 "그간 제기된 비위 의혹 등을 보다 철저히 감사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여 농협이 새롭게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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