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회 출석 피하던 김병주 MBK 회장, 사과는 했지만 '책임'은 회피

인사이드 / 김교식 기자 / 2025-10-15 08:23:50
해외 출장 핑계로 '상습 불참'하던 김병주, 동행명령장 발부 임박하자 협조 전환
김병주 회장 "난 총수 아니다" 책임 회피 일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그동안 국회 출석 요구를 번번이 거부해온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국정감사에 처음 출석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실질적 책임에 대해서는 "대기업 총수가 아니다",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회피했고, 구체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자금여력이 부족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비판이 쏟아졌다.

◇ 해외 출장 핑계로 '상습 불참'하던 김병주, 결국 국감장 나타나

김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그는 그동안 미국 체류 등을 이유로 국회의 출석 요구를 묵살해왔다.

올해 3월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직후 정무위 현안 질의, 9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 등 여러 차례 불참을 반복했다. 지난해에도 산업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해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이 바뀐 것은 국정감사의 법적 구속력 때문이다. 정무위는 지난달 김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불응 시 동행명령장 발부를 예고했다. 동행명령을 위반하면 국회법과 형법에 따라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강제 구인 압박이 높아지자 김 회장은 결국 협조적 모습으로 전환했다.

이날 김광일·윤종하 부회장과 함께 국감장에 나타난 김 회장은 긴장한 듯 어색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들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오른쪽)과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죄송하다"지만 책임은 없다

김 회장은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홈플러스 임직원과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구체적 책임 이행 방식에 대해서는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 회장은 5월 1000억원, 7월 1500억원, 9월 2000억원 등 총 5000억원을 출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이 주장의 실체를 문제 삼았다. 이상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00억원 지원도 증여, 보증, 대출 등 다양한 방식이 혼합돼 실제 현금 투자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000억원 중 현금은 400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증권사 대출 연대보증 형태로 제공돼 나중에 회수할 수 있는 구조였다. 9월 발표한 2000억원 추가 지원도 미래수익이 발생해야 시행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광일 부회장은 "제한적인 협상자와 협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공개 매각 절차는 법원에서 예정돼 있어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추가 출연 의사를 묻는 유동수 같은당 의원의 질의에 김 회장은 "자금여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포브스 선정 재산이 14조원인데 못하는 것이냐'는 질의에는 "MBK는 비상장 회사로 유동할 수 없는 회사"라며 "주식을 팔아 유동할 수 있는 자산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변명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난 총수 아니다" 책임 회피

김 회장은 홈플러스나 롯데카드 사태와 관련해 "저는 대기업 총수가 아니다"며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13명의 파트너가 각자 자기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내 담당은 펀드모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홈플러스 납품대금 보증,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투자 손실 변제 등 구체적 질의에도 "제가 관여하는 부분이 아니라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부분의 질의는 김광일 부회장이 대신 답변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결정에 관여하느냐"고 따졌다. 김 회장은 "펀드모집과 투자처 관리 역할을 맡고 있다"며 "제 회사이기에 사회적 책임은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 기만 의혹도 불거졌다. 김광일 부회장이 9월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마치 유력한 홈플러스 인수자가 있는 것처럼 답변했다가, 이후 공개입찰로 전환한 것을 두고 시간만 끌다 청산절차에 돌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남근 의원은 "4617억원 정도는 현금으로 들고 들어올 수 있는 기업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인수조건으로 협상했느냐"고 물었다. 김광일 부회장은 "제한적인 협상자와 협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의 제재도 예고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MBK가 한국 경제에서 지금까지 누렸던 수익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며 "사회적 책임의 중대성을 충분히 반영해 위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제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PF 제도의 공과를 좀 따져서 필요한 제도개선을 좀 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연구용역을 거의 마쳤고 연내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려고 한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채권 사기발행 의혹에 따른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조사한 결과에 대해서 검찰에 통보를 한 상황이고 지금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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