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무신사의 '조건 없는 5만 원' 쿠폰…쿠팡 비판 여론 파고든 노이즈 마케팅?

인사이드 / 이준현 기자 / 2026-01-05 08:24:32
쿠팡 로고 색상 닮은 쿠폰팩, 저격 아닌 확인사살?
법정 승리 후 펼친 마케팅 카운터펀치
10조 밸류 향한 무신사, IPO 앞두고 존재감 과시
(사진=무신사)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새해 벽두부터 회원들에게 5만 원 상당의 쿠폰팩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파격 프로모션을 단행했다.

단순한 혜택 제공을 넘어 쿠폰의 색상 구성과 금액이 경쟁사 쿠팡을 강하게 연상시키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치밀하게 계산된 '쿠팡 저격' 마케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한 무신사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위기에 몰린 쿠팡을 향해 확실한 승기를 굳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색깔부터 금액까지…쿠팡의 보상안 '미러링'했나

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 1일 '새해맞이 그냥 드리는 5만 원+5000원 혜택' 프로모션을 공개했다.

무신사 스토어, 신발, 뷰티 등 카테고리별 쿠폰을 합쳐 총 5만 원 상당의 혜택을 모든 회원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페이백 혜택을 더하면 체감 혜택은 최대 5만 5000원에 이른다.

쿠폰팩의 시각적 요소와 금액 설정은 어딘가 낯이 익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으로 구성된 쿠폰 디자인은 쿠팡의 로고 색상과 흡사하다. 5만 원이라는 금액 역시 쿠팡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개인정보 유출 보상안과 정확히 일치한다.

앞서 쿠팡은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보상으로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구성이 문제였다. 쿠팡 전상품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R.LUX 2만원으로 쪼개져 있어 실제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금액은 5000원~1만원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행이나 명품 구매에 사용되는 2만원권은 고가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생색내기용 꼼수'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반면 무신사는 "그냥 드린다"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앞세웠다. 핵심 카테고리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혜택을 제시하며, 복잡한 조건이 붙은 쿠팡의 보상안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느끼는 쿠팡에 대한 불만을 정확히 파고들었다"며 "색상과 금액의 유사성은 의도적인 '미러링'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붙은 쿠팡 규탄 스티커. (사진=연합뉴스)


◇ 법정 승리 후 펼친 마케팅 카운터펀치

 

무신사의 이번 마케팅은 단순한 프로모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양사 간의 격화된 갈등이 법적 분쟁을 넘어 마케팅 영역으로 확전된 모양새다.

지난해 7월 쿠팡은 무신사로 이직한 전직 임원들을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로켓배송 등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경업금지 약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인재 블랙홀로 불리며 타사 인력을 빨아들이던 쿠팡이 역으로 무신사에 핵심 인력을 빼앗기자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4일 서울동부지법은 쿠팡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영업비밀 침해 및 경업금지 약정 위반에 대한 소명이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을 "막대한 자본 투입으로 구축한 시스템"으로 규정하며, 고도의 기술적 영업비밀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쿠팡은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해 12월 17일 항고를 취하했다.

무신사는 소송 승리 직후 "이번 결과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자유로운 이동과 전직이 법적으로 정당함을 확인해준 판단"이라며 "앞으로도 적법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보름 뒤, 쿠팡을 저격하는 마케팅을 감행했다.

 

11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개장한 '무신사 메가스토어 용산'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0조 밸류 향한 무신사, IPO 앞두고 '체급 증명' 과제

무신사의 이러한 '쿠팡 때리기'는 2026년 목표인 기업공개(IPO)와도 맞닿아 있다.

쿠팡이라는 거인을 경쟁 상대로 링 위에 올림으로써 무신사의 체급을 격상시키려는 고도의 포지셔닝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무신사는 연결 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9730억 원, 영업이익 706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7%, 20.1% 성장했다. 거래액 역시 상반기에만 2조 3000억 원을 기록해 연간 4조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시장이 바라보는 시선은 냉정하다. 무신사가 희망하는 '기업가치 10조 원'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거래액 대비 기업가치(GMV 멀티플)를 2배 이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경쟁사인 지그재그(카카오)나 W컨셉(SSG닷컴)이 인수 당시 1.1~1.3배 수준의 멀티플을 적용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동종 업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장 스토리가 필수적이다.

이에 무신사는 내부적으로는 조직 효율화를,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확장을 꾀하며 밸류 높이기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C-레벨 책임제를 도입하고 자회사 '무신사 트레이딩'을 합병하며 사업 구조를 재정비한 것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해외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도쿄 시부야 팝업스토어에 8만 명을 끌어모은 데 이어, 상하이에 '무신사 스탠다드'와 편집숍을 잇따라 오픈하며 K-패션의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결국 이번 '노이즈 마케팅'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쿠팡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버티컬 플랫폼임을 증명하려는 무신사의 치열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결국 2026년은 양사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무신사는 IPO를 통해 '10조 몸값'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하고, 쿠팡은 무너진 신뢰 회복과 패션 영역 확장이라는 난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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