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만4천명 떠난 SK텔레콤, 교체 유심 없다면서 신규 고객엔 '최신폰 증정'

인사이드 / 이준현 기자 / 2025-04-30 08:24:54
통신 1위 기업의 위상 흔드는 전례 없는 고객 이탈
"기존 고객엔 품절, 신규 고객엔 특별 취급"
확보된 유심 물량…전체 가입자의 4% 수준
SK텔레콤이 유심 고객정보 해킹 사고로 관련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에 나선 28일 서울 시내 한 SKT T월드 매장 앞에 유심 재고 소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태로 미증유의 고객 이탈 사태를 맞고 있다. 

 

무상 유심 교체 서비스 시작 첫날에만 3만 4천여 명이 타 통신사로 이동했으며, 특히 유심 교체용 재고가 부족하다며 기존 고객을 외면하면서도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는 모순적 행태가 소비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통신 1위 기업의 위상 흔드는 전례 없는 고객 이탈

SK텔레콤은 유심 교체 서비스가 시작된 첫날인 28일 하루에만 3만4132명의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았다.

같은 날 신규 가입한 8729명을 고려하더라도 순감소는 2만5403명에 달한다.

이달 들어 해킹 사태 이전까지 SK텔레콤은 일일 가입자 이탈이 200명을 넘은 적이 없었던 것에 비해, 사태가 알려진 후인 26일부터 1665명이 이탈하기 시작했고 그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탈 고객의 약 60%인 2만1343명은 KT로, 나머지는 LG유플러스로 옮겨갔으며, 알뜰폰으로 이동한 고객까지 고려하면 실제 이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통신업계 내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텔레콤이 유심 고객정보 해킹 사고로 관련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에 나선 28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서 한 고객이 유심 교체 예약을 QR코드로 등록하자 대기인원이 10만명 이상으로 나타나있다. (사진=연합뉴스)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틀째인 29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기존 고객엔 품절, 신규 고객엔 특별 취급"

이런 고객 이탈 움직임에 일부 SK텔레콤 대리점은 공격적으로 신규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전국 대리점에는 '유심 품절로 예약만 받는다'는 공지문이 붙어 있지만, 동시에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프로모션은 적극 진행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매장은 소셜미디어에 "SK텔레콤으로 통신사를 옮길 경우 20만원을 현금으로 주겠다"고 공지하며, 최신형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 S25까지 함께 제공하는 파격 혜택을 내세웠다.

또한 일부 SKT 대리점들은 "보유한 유심을 무상 교체에 쓰지 말고, 최대한 판매 위주로 사용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알려졌다.

결국 SK텔레콤의 모순적 행테에 기존 고객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유심이 없어서 교체 못 한다더니, 신규 고객 유치엔 유심이 넘쳐나나 보다", "교체 유심은 없다고 했는데 신규 가입용 유심은 따로 보관 중이라니, 기존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글들이 게재됐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진행이 아닌, 일부 판매점의 일탈이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유심 고객정보 해킹 사고로 관련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에 나선 28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서 한 고객이 유심 교체 예약을 QR코드로 등록하자 대기인원이 10만명 이상으로 나타나있다. (사진=연합뉴스)


◇ 확보된 유심 물량…전체 가입자의 4% 수준

SK텔레콤의 위기는 4월 18일 해킹 사실을 인지하고도 즉시 신고하지 않고 늑장 대응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무상 유심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전체 고객 2500만 명 중 교체가 필요한 인원을 위해 단 100만 개의 유심만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회사는 5월 말까지 약 500만 개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유심 교체 시작 이틀 만에 예약자만 382만 명에 달했고 실제 교체는 전체의 1% 수준인 23만 명에 그쳤다.

대안으로 제시한 '유심 보호 서비스' 역시 해외 로밍 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이에 SK텔레콤은 5월 중순까지 '유심 소프트웨어 변경(유심포맷)'과 로밍 시에도 사용 가능한 '유심 보호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많은 고객들이 신뢰를 잃고 떠난 후였다.

이번 사태는 SK텔레콤의 시장 지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휴대전화 가입자 2500만 명으로 통신 3사 중 확고한 1위였던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월 41%에서 7월 40.6%로 이미 감소세를 보였으며, 이번 사태로 40%대 점유율 붕괴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도 규제 강화에 나섰다. 국회에서는 사고 조사 기간 동안 이용자가 해당 통신사 가입을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을 면제 받을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단통법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할 사례가 발견될 경우 휴대전화 유통점에 대한 조사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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