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李 대통령 "진짜 문제" 경고했던 농협…강호동 회장, 5분 사과 후 질문 패싱

인사이드 / 이준현 기자 / 2026-01-16 08:20:25
호텔 186만원·변호사비 3억원…65건 비위에도 겸직만 내려놓아
기자 질문 무시하고 퇴장, 중앙회장직은 '사수'…"셀프 개혁" 비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한 농협의 총체적 비리가 특별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65건의 비위가 적발되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13일 고개를 숙였지만, 기자 질문은 받지 않은 채 5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겸직만 내려놓고 중앙회장직은 유지하겠다는 '반쪽 쇄신'에 "셀프 개혁"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 이재명 대통령 "진짜 문제" 경고…65건 비위에 변호사비 3억 공금 지원까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1일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협은 진짜 문제다. 선거 과정에서 불법도 많고 구속되고 수사하고 난리"라며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한 26명 규모로 특별감사팀을 꾸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4주간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들여다봤다.

8일 발표된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농협중앙회가 지난해 임직원의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비로 공금 3억2000만원을 지원한 의혹 등 2건은 법 위반 정황이 명백해 수사기관에 의뢰됐다.

강호동 회장은 취임 후 5차례 해외 출장에서 규정 상한(1박 250달러·약 36만원)을 모두 초과해 최대 186만원짜리 5성급 스위트룸에 숙박했다. 총 초과액은 4000만원에 달했다.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며 연간 3억원 이상 추가 연봉을 받아 중앙회 실비·수당 3억9000만원과 합치면 총 7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성희롱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징계는 축소됐다. 2022년 이후 징계한 21건 중 6건은 인사위원회도 열지 않고 고발에서 제외했다.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조합장들에게 220만원짜리 휴대전화를 무상 지급하는 데 23억원을 썼다. 신임 이사에게 태블릿PC를 개인 소유로 주고, 퇴임 시 전별금과 여행상품권, 순금 기념품까지 별도로 지급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하던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5분 사과 후 질문 무시하고 퇴장…겸직만 버리고 회장직은 '사수'

강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농협중앙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2011년 전산장애 이후 15년 만이다.

그러나 강 회장은 약 5분간 준비된 사과문을 낭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감사가 진행 중이라 질의응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이 내놓은 쇄신안은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 사임, 해외 숙박비 4000만원 전액 반환이었다.

측근 임원들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작 권력의 핵심인 중앙회장직은 2028년 1월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외부 전문가 중심의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중앙회장 선출방식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비리 당사자가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현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개혁위원회를 꾸리는 것은 개혁을 위장한 자기 보호에 지나지 않는다"며 "농협 개혁의 첫걸음은 강호동 회장의 중앙회장직 사퇴이며 동시에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새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끊이지 않는 '사법 리스크'…권한 집중된 구조가 원인 지적

강 회장은 2023년 말 회장 선거 당시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의 비리는 민선 제도 도입(1988년) 이후 반복됐다. 초대 한호선 회장은 비자금 3억원 조성 및 횡령으로, 2대 원철희 회장은 비자금 6억원 조성 및 횡령 3억원으로, 3대 정대근 회장은 뇌물 3억원 수수 등으로 구속됐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는 중앙회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이 꼽힌다. '농민 대통령'이라 불리는 중앙회장은 전국 1100여개 지역 농협에 대한 인사권과 자금 배분권을 사실상 독점한다.

농협법상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30여개 계열사의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을 행사한다. 권한은 무한대인데 책임은 '비상근'이라는 이유로 회피할 수 있다.

2009년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꿨지만 상황은 악화됐다. 소수의 대의원(조합장)만 관리하면 당선될 수 있어 은밀한 금품 거래와 줄 세우기를 조장했다. 이번 감사에서도 무이자자금 13조원이 특정 조합에 세 배 이상 집중 지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 '농협개혁추진단'을 구성해 구조 개혁에 나선다.

송미령 장관은 "제도 자체가 미비해서 농협이 협동조합 정신을 어그러뜨리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도 개혁까지 정부가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중앙회장 직선제 복원, 비상근 제도 폐지, 외부 감독 기능 상설화 등이 핵심 과제로 거론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 표심 때문에 번번이 좌절됐던 전례가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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