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218량 미납…"설계조차 착수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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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가 21일 대전 동구 국가철도공단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한국철도공사가 열차 납품 지연 사태를 일으킨 다원시스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일부 계약 해지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정부 기관이 사기당한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한 지 한 달여 만이다. 9000억원대 계약에서 절반 이상 선급금을 받고도 납품은 커녕 공장 가동조차 멈춘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저가 낙찰 중심의 철도 조달 시스템 전반이 도마에 올랐다.
정정래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다원시스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코레일은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2024년 4월 체결한 3차 계약분 116량(2429억원)에 대해서는 계약 해지를 추진한다. 협의 해지를 우선 시도하되 강제 해지 가능성에도 대비 중이다.
◇ 대통령 질타 이후 코레일의 초강경 대응
코레일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12일 이 대통령의 강력한 질타가 촉발했다.
이 대통령은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다원시스를 직접 거론하며 "대규모 사기 사건 같다"고 말했다.
특히 선급금 61%를 지급했음에도 공급망 문제로 작업이 중단됐다는 보고를 받고 "선급금으로 받아 간 돈만 수천억원인데 그 돈이 없어서 1000억원을 빌려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국토부 산하 39개 산하기관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선급금 다 줬는데 공장에는 0명"이라며 다원시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이는 수천억원의 선금을 받고도 정작 생산 라인은 멈춰 선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토부는 이후 감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26일 다원시스의 선급금 목적 외 사용, 생산라인 증설 미이행 등 계약 위반 사항을 확인해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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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공장에 0명"…선급금 유용 정황 속속 드러나
국토부 조사 결과, 다원시스의 선급금 유용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2차 계약 선급금 2457억원 중 1059억원이 1차 계약분 차량 제작에 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계약법상 선급금은 해당 계약 이행에만 사용해야 하지만, 다원시스는 신규 계약 선금으로 이전 계약 적자를 메우는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생산 능력 자체가 마비됐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다원시스 정읍공장을 현장 조사한 결과, 완성차 제작에 필요한 주요 자재와 부품이 2~12량 분량만 확보돼 있었다. 수백 량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는 선급금이 자재 구매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됐음을 방증한다.
다원시스는 1·2차 계약분 358량에 대해 선급금 61%를 이미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공급망 문제로 작업을 중단했고, 1000억원을 조달해 한 달 전에야 작업을 재개했다고 코레일에 보고했다.
수천억원의 선금을 받고도 자금난에 빠진 것은 해당 자금이 열차 제작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갔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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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474량 중 218량 미납…3차 계약은 설계도 없어
다원시스는 2018년 1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코레일과 ITX-마음(EMU-150) 474량, 약 9149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납품 실적은 참담하다. 2022년 12월까지 납품하기로 한 1차 150량 중 30량이, 2023년 11월까지 납품하기로 한 2차 208량 중 188량이 아직도 미납 상태다. 1·2차 계약분 358량 중 218량(61%)이 납품 기한을 최대 3년 넘게 초과했다.
더 큰 문제는 3차 계약분이다. 1·2차 물량이 심각하게 지연된 상황에서 추가 계약이 체결된 것도 논란이지만, 계약 후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차량 제작의 기초 단계인 설계조차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다원시스가 애초부터 3차 계약을 이행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었고, 오로지 선급금 수령만을 목적으로 입찰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코레일이 납품 지연 상황에서도 다원시스와 재계약한 것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이미 수백 량을 지체하고 있는데 또 발주하면 어떡하느냐"며 코레일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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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최저가 낙찰제 폐해…조달 시스템 전면 개편
이번 사태는 최저가 낙찰 중심의 철도 조달 시스템이 낳은 구조적 참사다.
정부는 2010년대 중반부터 현대로템의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경쟁 체제를 도입했고, 다원시스는 이 정책의 수혜를 입어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물량을 따내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였고, 비현실적 가격에 낙찰받은 뒤 품질 저하와 납품 지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코레일과 국토부는 제도 전면 개편에 나섰다. 가장 큰 변화는 선급금 지급 방식이다. 기존 70~80%에 달했던 선급금 비율을 30%로 대폭 축소한다. 나머지 대금은 철저히 공정률에 연동해 지급하는 기성금 제도로 전환한다.
코레일은 납품 지연 해소를 위한 '조속납품 태스크포스'도 가동한다.
내외부 회계사 13명을 포함해 총 34명 규모의 전담 인력이 선급금 사용 내역 점검과 납품 공정 실사를 진행한다. 다원시스 공장에 상주하며 자금 집행을 실시간 감시하는 이례적 조치다.
코레일 직원이 공장에서 차량 제작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한 뒤에야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또 퇴직자가 제작사로 재취업하는 전관예우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그럼에도 철도 조달 시스템의 근본적 재설계 없이는 제2, 제3의 다원시스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