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긴급 소집 후 증권가 일제히 이벤트 종료
우리·iM증권 등 국내 수수료 '0원' 공세…규제 풍선효과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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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키움증권)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국내 증권업계가 일제히 해외주식 마케팅 백기를 들었다. 메리츠증권이 5일부터 신규 고객 대상 미국 주식 무료 수수료 혜택을 중단했고, 키움증권은 구독자 3만7000명을 보유한 텔레그램 채널의 문을 닫았다.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던 증권사들이 일순간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여기에는 금융감독원의 강력한 압박이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고환율 국면이 지속되자 정부가 '서학개미'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 업계 최초 '2년 무료' 메리츠, 1년 만에 백기
14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4일 공지를 통해 5일 0시 이후 신규 개설되는 '슈퍼365' 계좌부터 미국 주식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당초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이벤트를 앞당겨 조기에 마무리한 것이다.
메리츠증권 측은 "금융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미국 주식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불가피하게 종료하게 된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벤트 종료 이전에 개설된 계좌는 2026년 말까지 기존 혜택이 그대로 유지되며, 종료 이후 개설된 계좌라도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 혜택은 계속 적용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2년 장기 무료' 정책을 발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바 있다.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는 물론 달러 환전 수수료, 유관기관 제비용까지 전면 무료화하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성과는 즉각적이었다. 지난달 초 기준 가입자는 약 30만 명, 월평균 거래대금은 30조 원 수준까지 급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고객 자산은 약 7조 원, 해외주식 월 거래 약정액은 10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기조 변화 앞에서 결국 1년 만에 전략 철회를 결정했다.
키움증권 역시 지난달 23일 텔레그램 채널 '키움증권 미국주식 톡톡' 서비스를 26일 자로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지난 2018년 9월 개설된 이 채널은 미국 증시 시황과 리서치 자료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필수 정보 창구로 꼽혀왔다.
구독자 수는 3만6989명으로, 국내 증권사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키움증권은 구독자 9764명을 보유한 '해외선물 톡톡' 채널 운영도 함께 중단하기로 했다.
키움증권 측은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채널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해외주식 마케팅 규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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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투자자 이익보다 실적 우선" 금감원 질타
증권업계의 일제 방향 전환은 금감원의 강력한 압박에서 비롯됐다.
금감원은 지난달 18일 이찬진 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래에셋, 메리츠, 키움, 토스증권 등 주요 증권사 대표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투자자 이익보다 실적을 우선시하는 증권사 영업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해외투자 실태점검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증권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문제 삼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주요 12개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조950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 8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 해외주식 계좌의 49.3%는 손실 구간인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이에 금감원은 내년 3월까지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키움증권을 포함한 상위 증권사 6곳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는 거래금액 비례 리워드, 매수 지원금, 주식 제공 이벤트 등을 모두 원천 금지하고, 해외투자 실적을 KPI에 과도하게 반영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증권사들은 즉각 반응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해외주식 신규 고객에게 제공하던 현금성 '투자 지원금'을 중단했고, 토스증권은 미국 주식 거래 시 수수료를 환급해주던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유진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타사에서 해외주식을 옮겨 거래하면 현금을 지급하던 '입고 이벤트'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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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투자자 보호 vs 환율 방어…엇갈린 해석
금감원이 내세운 명분은 '투자자 보호'다.
개인 해외주식 계좌의 절반 가까이가 손실 상태이고, 계좌당 이익도 50만원으로 전년 420만원 대비 급감했다는 것이다. 해외 파생상품 투자 손실액도 올해 10월까지 3735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단기 수수료 수익 확대에만 치중해 투자자 보호를 뒷전으로 했다"며 "과당매매를 유발하고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의 진짜 배경으로 '환율 방어'를 지목한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해외주식 투자 확대가 달러 수요를 자극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개인의 해외투자 확대를 언급한 바 있다. 정부도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를 거론하며 국내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환율 상승의 원인을 개인투자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의 원인을 해외주식 투자로 단순화하는 것은 무리"라며 "근본 원인은 정부의 거시 정책과 대외 환경인데, 금융소비자와 증권사 마케팅을 희생양 삼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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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메리츠증권) |
◇ 해외는 '긴축' 국내는 '확장'…규제 풍선효과 뚜렷
해외주식에서는 규제를 명분 삼아 출혈 경쟁을 멈추고, 남는 마케팅 화력은 국내 주식으로 돌리는 '우회 전략'이 뚜렷해졌다.
해외주식 분야는 수익성 악화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2025년 11월까지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역대 최고(1조9505억 원)를 기록했지만, 무료 이벤트에 따른 제비용과 리워드 지급으로 실질 마진은 오히려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당국 지침을 명분 삼아 고객 불만을 외부로 돌릴 수 있게 됐다.
메리츠증권은 슈퍼365 이벤트로 2026년 말까지 약 1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었다. 이번 신규 고객 혜택 중단으로 이 비용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반면 고환율의 주범으로 지목된 해외투자와 달리, 국내 증시 부양은 정부가 장려하는 방향이라 규제 리스크도 없다.
실제로 우리투자증권은 이달 1일부터 2027년 말까지 국내 주식 온라인 수수료를 전면 면제한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당국의 활성화 정책 기조에 발맞춰 진입장벽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iM증권 역시 다음 달 26일까지 비대면 계좌 개설 시 국내 주식 수수료를 0.01%로 우대하고, 제휴 플랫폼을 통하면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집토끼' 잡기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들도 국내 이벤트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갑작스러운 해외주식 혜택 중단에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줬던 혜택을 뺏는 건 소비자 기만"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