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MBK가 그동안 매각한 부동산의 경우 실제로는 매각 후 재임차형식으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채무의 형식이 리스부채로 남아있는 데다, 남아있는 부동산을 현 상황에서 제 값을 받고 처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담보채권을 보유한 메리츠그룹은 홈플러스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홈플러스에 투자한 국민연금이 1조원 이상이 손실 위기에 놓이고,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도 피해가 불가피해지면서 금융권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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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 믿을 것은 부동산 자산...채무조정 관건은 리스부채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인한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실적 악화 장기화로 인해 꾸준한 자산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해 왔으나 재무안정성이 악화되면서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지난 8년 동안 이미 대규모 차입금을 갚기 위해 우량 점포를 차례로 폐업 또는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한 결과, 홈플러스 유형자산은 2016년도 5조5409억원에서 2023년도 4조3507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MBK는 법원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홈플러스가 4조7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회생 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는 4조70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선순위인 메리츠 3사 금융부채 상환에 1조4000억원 정도를 투입하고 남는 금액으로 나머지 채권자의 채무를 상환하고 기업 회생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자산 가치가 하락한 데다 현 상황에서는 제값을 받고 팔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MBK에 인수될 당시 부담하게 된 인수금융의 상당부분은 자산매각 등을 통하여 상환부담이 경감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각 후 재임차형식으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채무의 형식이 일반차입금에서 리스부채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며 "리스부채 등 임차부동산과 관련된 노출도는 시간이 갈수록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금융시장의 피로도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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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홈플러스 |
◇ 메리츠 "자금회수 문제 없어" vs. 국민연금 1조원 손실 불가피
채무 변제권 순위는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1조2000억원을 빌려준 메리츠금융을 포함한 담보 채권자가 1순위, CP 등 무담보 채권자가 2순위, 국민연금 등 RCPS 투자자가 3순위다.
우선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선순위 대출 약 1조2000억원을 집행한 메리츠금융 3사(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의 경우 부동산 신탁회사와 맺은 신탁계약의 수익증권을 담보로 잡았다. 신탁 재산은 부동산·유형자산 5조원 규모로 메리츠그룹이 1순위 수익권을 갖고 있어 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치 평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2순위와 3순위까지 자금 회수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국민연금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5826억원어치와 보통주 29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민연금은 총 6121억원을 투자하고 지금까지 3131억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향후 기업회생절차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 투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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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
◇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 개인투자자들에까지
문제는 2순위에 해당하는 단기채권이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유동화증권(ABSTB),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잔액은 총 6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약 3000억원의 물량이 증권사 영업 창구 등을 통해 개인·법인 등 투자자에게 소매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피해를 면치 못하게 됐다.
이에 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채권(기업어음 및 전단채)을 판매한 증권사, 홈플러스 점포와 관련된 유동화증권 보증을 선 은행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판매 증권사들의 경우 홈플러스의 신용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했다는 불완전판매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전자단기사채(ABSTB)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BSTB 상거래 채권 인정 및 우선 변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홈플러스 유동화증권(ABSTB) 발행 주관사 중 한 곳인 신영증권은 MBK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토 중이다. 신영증권은 MBK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알고도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ABSTB를 발행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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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
◇ 은행, 홈플러스 당좌거래 정지 등 예의주시
은행들도 홈플러스 점포와 관련된 유동화증권(ABCP·ABSTB)과 관련해 보증을 서면서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은 홈플러스 어음을 부도 처리하면서 홈플러스 당좌거래를 전면 중지했다. 당좌예금계좌는 회사나 개인사업자가 은행에 지급을 대행시키기 위해 개설하는 계좌로, 이 예금을 바탕으로 은행은 수표·어음 등을 발행하고 이 어음이 돌아오면 예금주 대신 대금을 지급한다.
은행권에서는 직접적인 영향에는 노출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연구원은 "홈플러스는 자본시장으로의 접근성이 크지 않아 크레딧 채권시장에 직접적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리스 부채 등 임차 부동산과 관련한 노출도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앞으로 홈플러스 채무조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알파경제 김혜실 기자(kimhs211@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