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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자산신탁이 용역을 동원해 관리사무시를 점령한 모습. |
[알파경제=이준현, 이형진 기자] 7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에 몰린 교보자산신탁이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새벽 시간에 수십 명의 용역을 동원해 타운하우스 단지를 기습 점거하는 초강수를 뒀다.
심각한 재무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적 실력행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거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100% 자회사인 교보자산신탁은 지난달 31일 새벽 6시 20분께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테라스앤139' 단지에서 임직원 3명과 용역 인력 40여 명을 동원해 관리사무소 잠금장치를 파손하고 내부를 점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엘리베이터 운행은 예고 없이 중단됐고, 상가와 비상계단 등 공용 공간 곳곳에 용역이 배치돼 입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소란과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으로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며,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 버스 2대와 다수의 경찰 인력이 출동해 질서 유지에 나섰으나 한동안 혼란은 계속됐다.
전대규 전대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교보자산신탁이 법원의 집행관도 없이 사설 용역만으로 강제 점거를 감행한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며 "설령 교보 측이 관련 명도소송에서 승소했더라도, 강제집행은 민사집행법에 따라 반드시 법원 집행관의 주도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민사집행법 제7조는 집행관의 집행권 독점을 명시해 사적인 실력행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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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자산신탁이 용역을 동원해 타운하우스를 점령한 모습. |
◇7분기 연속 적자에 내몰린 교보자산신탁, 불법 감수한 이유
일각에서는 교보자산신탁이 동원한 용역 업체가 정식 경비업 허가조차 없는 곳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무엇보다 입주민들의 안전권을 심각하게 위협했다는 점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행사 ㈜보정PJT 측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법원의 집행관 없이 신탁사 직원과 용역이 직접 나선 것은 사적 실력행사에 불과하다"며 "판결문과 집행문도 없는 이번 행위는 어떠한 절차적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보자산신탁 측은 "시행사가 동의 없이 불법 임대를 놓고, 정당한 명도소송 집행마저 방해해 재산권 보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경영상의 어려움이 불법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교보자산신탁이 이처럼 극단적 수단을 동원한 배경에는 심각한 재무 위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1377억 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99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2년 새 25배나 급증했고, 생존을 위해 62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까지 조달한 상황이다.
위기의 심각성은 지난해 11월 조혁종 대표가 돌연 사임한 데서도 드러난다. 산적한 과제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공사 부실로 9개월 이상 입주가 지연되고 3000여 건의 하자가 발생하자, 이에 지친 입주민 50여 세대가 사업의 최종 책임자인 교보자산신탁을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재무 위기에 몰린 교보자산신탁이 정상적인 법 절차를 거칠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 불법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보자산신탁의 이 같은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위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교보자산신탁은 최근 인천 '영종도 웨스턴 그레이스 호텔'의 관리비 약 1억7000만 원을 장기간 미납해 전기 공급 중단 위기까지 초래하며 건물 전체 운영에 차질을 빚게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길우 LKS 대표변호사는 "당시에도 신탁법상 수탁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뒤따랐다"면서 "용역을 동원한 유치권 행사는 교보생명이 그동안 ESG 경영과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라는 점에서 논란과 비판이 불가피해보인다"고 말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