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대출금리는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이 직접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출 근거를 점검하는 등 인하 압박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라고 주문하는 동시에, 대출 금리를 문제삼으면서 은행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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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 예금 2%대 떨어지는데 대출금리는 제자리걸음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 기준)은 3%대 금리가 사라지고 2%대가 대다수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95∼3.30%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전일부터 대표 예금 상품인 'KB스타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만기 1년 기준·우대금리 포함)를 기존 연 3.00%에서 2.95%로 인하했다. 이 상품의 금리는 약 2년 7개월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다.
신한은행도 지난 20일 대표 수신 상품 '쏠편한 정기예금'의 최고금리(1년 만기 기준·우대금리 포함)를 연 3.00%에서 2.95%로 인하했다. 하나은행도 이번달 세 가지 대표 상품의 12∼60개월 만기 기본 금리를 0.20%포인트 하향했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낮추면, 나머지 3개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금리도 대부분 2%대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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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 대출금리 4%대 유지...금융당국, 대출금리 점검 예고
반면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관리 등 명분으로 시장금리 하락 폭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은행 실적에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벌어지면서 이익이 크게 늘어나자, 은행들만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12월 취급한 가계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4.76%로 전년 같은 기간(4.73%)보다 0.03%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2차례에 걸쳐 연 3.5%에서 3.0%로 0.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점검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금감원은 "대출금리 인하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된 만큼 그 이유를 들여다보기 위해 은행권 점검에 착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해)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신규대출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응했는데, 대출금리를 올리지 말고 심사를 강화하라고 지도했다"며 "대출금리를 조금 더 인하할 여력이 있는 만큼 향후 점검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금리인하 효과가 시중금리까지 전달하는데 시차가 있다"며 "소상공인·기업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잘 참고해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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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 은행권 난감...가계 대출 총량 관리 어떻게 하나
은행권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힘쓰라면서,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주문을 동시에 하면서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꾸준히 인상한 결과 대출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출금리를 낮추면 바로 대출 총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일까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 733조 6589억원보다 2조 933억원 늘어난 735조 7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은행들이 대출 제한을 조금씩 풀면서 영업일 기준 14일 만에 2조원 넘게 대출 잔액이 불어났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정책에 일관성 없이 한쪽 문제가 커질 때마다 돌려막기식 정책을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같은날 은행에는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하면서, 국토교통부는 무주택자용 저리 정책대출인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금리를 수도권에 한정해 0.2%포인트 올린다고 밝히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알파경제 김혜실 기자(kimhs211@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