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보유 유인 약화와 지분 분산 대응으로 지배구조 불안정 우려
![]() |
기획재정부 박금철 세제실장이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 세제 개편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종효 기자] 정부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10억원으로 낮추고, 증권거래세율을 인상하기로 원점 재검토하면서 일반투자자들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방향인 자본시장 활성화에 배치되는 정책방향이라는 지적과 함께 기획재정부의 엉터리 개편안까지 논란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2025년 7월 31일자 [현장] 기재부, 관세 협상 와중에도 대주주 양도세 50억→10억 등 세제개편으로 존재감 과시 참고기사>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세제 개편안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며 "10억원 대주주 기준 상향 가능성을 당내 특위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투자자 불신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 겸 더프레미어 대표이사는 “기재부의 세제개편안이 알려진 지 며칠 지나도록 바라만 보다가 시장에서의 폭락으로 시가총액이 자그마치 114조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나서야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대통령이 가까스로 살려놓은 시장을 기재부가 나서서 망가뜨리려 하는가? 기재부나 민주당이나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기재부의 대주주 요건 10억 강화 방침은 이현령비현령식 엉터리 개편안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 연말 매도 폭탄 재현 가능성
박금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오전 SBS Biz '머니쇼'에 출연해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대주주 기준과 주식 매도 물량이 크게 상관관계가 많이 없는 걸로 분석됐다"며 "2023년의 경우 대주주 기준이 완화되면서 연말 순매도 물량이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매도물량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과거 데이터를 외면하고, 특정 자료를 일반화한 것이란 비판이다. 시장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서치에 따르면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이던 시절 연말 개인 순매도 규모는 ▲2021년 3조1587억원 ▲2022년 1조5370억원에 달했다. 반면 기준이 50억원으로 상향된 ▲2024년에는 4626억원으로 급감했다.
와이즈리서치는 "과세 기준을 기존 50억에서 10억으로 하향 시 세금 회피 매도가 다시 수조 원 규모로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수 하락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2022년 과세 기준일인 12월 27일 단 하루 만에 1조5370억 원이 넘는 개인 순매도가 쏟아진 사실은 기재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시장에서는 대주주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한 매도가 아니라면 연말 마지막 거래일에 이런 대규모 매물이 왜 집중됐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삼성전자 0.00024%가 대주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 하향 조정할 경우 두 번째 문제는 장기 투자와 지분 집중에 대한 유인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2025년 7월 22일 與, 상장사 대주주 양도세 과세기준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추진 참고기사>
삼성전자 기준으로 10억원 보유는 지분율 0.00024%에 불과해 경영권과는 전혀 무관한 수준임에도 대주주로 분류된다.
와이즈리서치는 "삼성전자 보유액 10억원은 지분율 0.00024%에 불과하지만, 대주주로 과세되는 소액 대주주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소액 투자자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시켜 장기 보유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의미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레버리지를 이용하면 본인 자금 5억원만으로도 대주주가 되는데, 대출을 낀 10억원 아파트 보유자를 대부호라고 불러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준 하향으로 과세 대상이 대폭 늘어나면 중장기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 단기화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 |
(사진=연합뉴스) |
◇ 지배구조 흔들리고 국내 증시 매력 떨어질 것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주주 기준 강화로 인해 고액 개인과 오너 일가들이 지분 분산과 단기 매매 전략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해치고 주주 친화정책을 후퇴시킬 우려를 낳는다.
특히 양도세와 증권거래세가 동시에 인상되면서 세금 부담이 가중될 경우, 국내 주식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해외 시장이나 ETF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세제 개편이 '코스피 5000'을 내건 정부의 증시 활성화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정책 불확실성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정책의 일관성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박사는 "세제개편안을 부처 해체 전 띄우려는 기재부 계획에 차질이 생긴 모양새”라면서 “기재부의 존재감 과시 탓에 시장에 극심한 혼란을 가져왔고, 새 정부에서의 금융정책 적임자라는 명분 역시 퇴색되면서 오히려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