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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조 손해사정사 겸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 |
[알파경제=이현조 손해사정사 겸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 최근 국내 보험사의 평균 보험금 부지급률(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한 건수 대비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한 건수의 비율)이 1%대 초반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수치만 보면 보험사가 100명 중 99명에게 순조롭게 보험금을 내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쟁의 핵심인 '의료자문' 단계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의료자문 후 부지급률은 무려 50%를 상회하기도 한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대한의사협회가 손을 잡고 소비자가 제3의료자문 기관으로 의협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객관성을 담보해 소비자의 불신을 씻어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료자문 제도의 근본적인 병폐를 도려내지 않은 채 자문 기관의 간판만 바꾼다고 해서 실질적인 소비자 권익 보호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진정한 제도 개선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맹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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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통계의 함정, 부지급률이 가린 '삭감률'의 횡포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부지급률이라는 지표 자체가 지닌 착시 효과다. 현행 통계는 보험금 청구 금액을 대폭 삭감해 지급하더라도 '지급 건'으로 분류한다.
최근 실손의료보험에서 급증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입자가 입원 치료 후 1000만 원의 입원의료비를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자체 의료자문을 근거로 입원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고 통원의료비 한도인 20만~30만 원만 쥐여주는 식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청구액의 97%를 떼인 '사실상 지급 거절'이지만 통계표 위에서는 버젓이 '정상 지급'으로 둔갑한다.
부지급률 통계에 가려진 '보험금 삭감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1%라는 수치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통계적 환상에 불과하다.
◇ 관리받는 자문의 vs 무시당하는 주치의
의료자문 불신의 근본적 원인은 자문 절차의 구조적 비대칭성에 있다.
보험사는 자문 병원과 의사를 관리하기 위해 전담 직원을 배정하고 자문의의 경조사까지 챙기는 등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반면,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치료한 주치의의 진단서나 소비자 측이 제시하는 타 병원의 장해평가는 철저히 무시당하기 일쑤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보험사의 VIP 대우를 받는 익명의 자문의와 개인이 발품을 팔아 확보한 주치의 진단서가 어떻게 대등한 위치에서 평가받을 수 있겠는가.
자문 병원 선택권을 넘기기에 앞서, 보험사와 특정 병원 간의 유착 고리를 끊어내고 환자를 직접 진찰한 주치의의 소견을 우선시하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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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의협과의 협약, 보험사 주도 기준의 정형화 우려
금감원과 의협의 업무협약 체결은 제3의 자문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첫걸음이다.
국내에는 아직 질병과 상해를 보험 약관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보험의학'이라는 학문적 분과나 객관적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
독립적인 자문 기준이 부재한 상태에서 의협 자문단이 꾸려진다면, 결국 그 판단의 근거는 기존에 보험사가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와 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의협'이라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이름을 빌려 기존 보험사의 입맛에 맞는 자문 결과가 공식적이고 정형화된 기준으로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결론적으로 제도 개선이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험금 삭감 통계의 투명한 공개와 자문의 관리 관행의 엄단, 그리고 보험사 논리에서 독립된 객관적 보험의학 기준 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깎아내지 않고 심판만 교체한다고 해서 공정한 경기가 될 수는 없다.
*시론_이현조 손해사정사 겸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
-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손해사정사
- 저서 : 보험의 새로운 패러다임 빌드업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