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명發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속도낼까…배민·쿠팡이츠 등 배달 업체 '긴장'

115일간 12차례 회의 끝 7.8% 상생안 발표했지만
7.8% 중개수수료 vs 40% 총부담
수수료 상한제 추진…실현 가능할까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6-10 08:23:2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광역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한 배달라이더가 헬멧을 착용한 채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j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배달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상한제'의 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배달앱 수수료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을지로위원회)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달 28일 자영업자 단체인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공플협)와 '배달플랫폼 총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대통령 임기 동안 성실히 이행한다는 내용의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7월까지 배달 플랫폼과 상생안 도출을 대화를 이어가되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법제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전 정부에서 진행된 상생협의체에서도 소상공인들이 호소해온 수수료 부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는 보다 강력한 정책적 접근이 시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달의민족. (사진=연합뉴스)


◇ 115일간 12차례 회의 끝 7.8% 상생안 발표했지만

 

2024년 7월부터 시작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115일간 12차례 회의 끝에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모든 당사자가 만족하는 수준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최고 수수료율을 7.8%로 하는 상생안이 나왔으나 일부 입점업체 단체들이 반발하며 퇴장한 뒤였다.

소상공인측이 요구한 수준의 수수료 인하안을 배달앱 측은 "차라리 법대로 하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작년에만 7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독일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에 4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플랫폼의 높은 수익성과 소상공인들이 호소하는 수수료 부담 사이의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배민은 2022년 중개수수료를 건당 1000원에서 6.8%로 바꾸며 36% 인상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다시 9.8%로 44% 추가 인상했다.

공정위는 배민이 추진하는 플랫폼 내 가격 정책(최혜대우) 강요와 정액제 광고(울트라콜) 폐지 문제 등과 관련한 불공정행위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 7.8% 중개수수료 vs 40% 총부담

배달앱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7.8% 중개수수료와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실제 부담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총비용은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소상공인들은 중개수수료 외에도 ▲3% 이내의 결제수수료 ▲1900-3400원의 배달비 ▲광고비 등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1만원짜리 음식 주문 시 3~4000원을 각종 수수료로 지출하는 구조다.

공플협은 앞서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배민과 쿠팡이츠에 총수수료가 음식 가격의 15%를 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자영업자 중 외식업자들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플랫폼 총수수료가 40%를 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15%라는 숫자는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무료배달' 표기 방식이다. 플랫폼들이 내세우는 무료배달은 실제로는 소상공인이 배달비를 부담하면서도 소비자에게는 '무료'로 표시되는 방식이다.

상생협의체에서도 이러한 용어 사용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배달라이더들이 교차로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수수료 상한제 추진…실현 가능할까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방안으로 '배달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수수료 상한제는 대통령 공약으로 분명히 밝혀진 내용이고,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정쟁의 소지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드라이브가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지난해에만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법안을 18차례 발의했으며, 현재 22대 국회에는 플랫폼 규제 법안 22건이 계류 중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즉시 제정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무분별한 갑질을 규제해야 한다"며 법제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통해 1% 중개수수료 정책을 시행한 경험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추경예산에 650억원 규모의 공공배달앱 할인 지원 예산을 편성해 두고 있어, 정부가 공공배달앱을 통한 경쟁 촉진과 수수료 상한제를 병행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현 과정에서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뉴욕시는 수수료 상한선을 23%로 낮췄으나 결국 '서비스 향상 수수료' 20%가 추가되어 실질 상한선이 43%로 오히려 증가했다. 시카고와 덴버는 상한제를 도입했다가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국내에서도 공공배달앱들의 줄줄이 실패 사례가 우려를 키운다.

부산시 '동백통', 전남 여수 '씽씽여수', 경남 거제 '배달올거제' 등이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철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만든 '배달특급'도 월간 이용자가 55만명에서 26만명으로 반토막 나고, 월간 거래액이 100억원에서 54억원으로 줄어들며 '세금 먹는 하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배달앱 업계는 이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생기면 플랫폼들이 다른 명목으로 비용을 올리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수수료 상한제가 실제 소상공인 부담 완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해외 사례처럼 새로운 형태의 비용 전가로 귀결될지는 정책 설계와 시행 과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회장은 "배달료와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등이 중첩된 배달앱 수수료를 규제하지 않으면 소상공인의 생존은 계속 위협받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재명 정부의 수수료 상한제 추진 배경에는 플랫폼과 소상공인 간의 격차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7000억원 영업이익을 내는 플랫폼과 월 286만 원 순수입에 그치는 배달기사, 매출의 40%를 수수료로 부담하는 소상공인 사이의 차이가 이를 보여준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