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2-06 23:53:09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2000원 대신 1인당 '비트코인(BTC) 2000개'가 잘못 입금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매도 물량이 일시에 쏟아지며 비트코인 시세가 1분 만에 15% 넘게 폭락하는 등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저녁 빗썸이 진행한 '랜덤박스' 이벤트 보상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전산 오류로 추정되는 오입금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이용자들에게 지급 예정이었던 보상은 원화 2000원 수준이었으나, 시스템상에서 '2000 BTC'로 잘못 처리되어 다수의 이용자에게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도 1인당 약 19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잘못 지급된 셈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트코인 2000개 입금 내역과 함께 계좌 잔고가 1944억 원으로 표기된 자산 현황 화면이 잇따라 게시됐다.
문제는 오지급된 비트코인 중 일부가 시장가로 매도되면서 시세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점이다.
빗썸 원화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오후 7시 37분 비트코인 가격은 시가 9577만 2000원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저가 8111만 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불과 1분 사이에 시세가 15.3% 이상 증발한 것이다.
사고 발생 3분 전까지만 해도 9700만 원대를 유지하던 시세가 오입금 물량 출회로 인해 순간적인 '플래시 크래시'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시각 경쟁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이 급락 없이 9700만 원대에 거래됐다. 한때 두 거래소 간 비트코인 가격 차이가 1600만 원 가까이 벌어지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후 시세는 빗썸 측의 긴급 조치로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폭락 직후 반등하여 종가 9215만 4000원(7시 38분 봉 기준)을 기록했고, 이날 오후 11시 기준으로는 9855만 5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오입금 사고를 넘어 거래소의 신뢰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업계와 커뮤니티에서는 오지급된 물량의 총합이 빗썸이 실제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총량을 초과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장부 거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9월 30일 기준 빗썸의 비트코인 총 보유량은 4만 2794개다. 이 중 회사 자체 보유분은 고작 175개에 불과하며, 나머지 4만 2619개는 고객이 맡긴 위탁분이다.
회사가 가진 비트코인이 175개뿐인 상황에서 1인당 2000개에 달하는 물량이 다수에게 지급된 것은, 거래소가 실제로 보유하지 않은 '유령 코인'을 전산상으로만 생성해 유통했거나 고객 예치금을 무단으로 끌어다 썼다는 뜻이 된다.
이는 지난해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이용자 자산 분리 보관' 및 '실질 보유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현재 상황을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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