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철근·시멘트 후방산업도 '휘청'

건설경기 침체 직격탄 맞은 시멘트·철근 산업
고금리·원가상승·PF 부실…건설침체의 삼중고

김교식 기자

ntaro@alphabiz.co.kr | 2025-03-18 08:21:14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멘트·철근 등 건설 후방산업이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생산량은 급감하고 재고는 급증하는 가운데 건설자재 업계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산업 연관효과가 큰 건설산업의 침체가 국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건설경기 침체 직격탄 맞은 시멘트·철근 산업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시멘트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시멘트 생산량은 4193만톤으로 전년(5112만톤) 대비 18%나 감소했다. 출하량 역시 4419만톤으로 13.3% 줄었다.

업계는 올해 국내 시멘트 출하량이 4000만톤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IMF) 당시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불과 2년 사이 출하량이 20%나 급감한 셈이다.

국내 최대 시멘트 공장인 쌍용C&E 동해공장은 이미 소성로 7기 중 1기 가동을 중단하고 생산량을 85% 수준으로 줄였다.

재고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시멘트 재고량은 2020년 86만톤에서 지난해 158만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부 공장에서는 보관 창고 용량(65만톤)을 초과한 재고를 외부에 쌓아두는 실정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생산 라인의 추가적인 가동 중단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업계 전체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토로했다.

철강업계 역시 생산 감축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지난해 1~11월 철근 내수 판매량은 697만톤으로, 전년 동기(840만톤) 대비 17% 감소했다. 이는 연간 생산능력(1300만톤)의 약 58%에 불과한 수준이다.

철근 가격도 2021년 톤당 110만원에서 올해 66만원으로 40% 가까이 폭락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2023년 3분기 봉형강(철근) 매출이 56억92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4% 감소했다.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28.3%나 줄어든 수치다.

이에 현대제철은 인천공장과 포항철근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으며, 동국제강은 전기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야간조업과 '최저 마감제'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철근 재고는 2022년 말 42만6000톤에서 지난해 11월 59만1000톤으로 급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시공사들이 착공을 미루면서 사실상 발주가 끊겼다"며 "철근 재고가 쌓여 생산량을 줄이고 있지만,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감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 한 제철 공장에 철근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 고금리·원가상승·PF 부실…건설침체의 삼중고

건설경기가 이토록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가중과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겹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는 2024년 1분기 1.6% 증가 후 하락세로 돌아서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5.7%, 5.3% 감소했다.

이러한 침체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가 약 2.1% 감소한 295.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300조원을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실물 지표로도 확인된다. 올해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641건으로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7개월 연속 감소해 201만1000명으로 줄었으며, 올해 1월에는 전년 대비 8.1% 감소한 192만1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이러한 건설경기 침체는 국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에서 올해 건설투자 예상치를 -1.3%에서 -2.8%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이는 경제성장률 전망을 1.9%에서 1.5%로 낮추는 주요 요인이 됐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 무너지는 건설산업, 회복은 언제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투자가 5조원 확대될 경우 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서 5만4000명 규모의 고용이 창출되고, 연관 산업 생산 효과는 5조1000억원에 달한다.

건설산업은 전후방 산업연계 효과가 가장 큰 산업으로, 건설산업의 활성화는 경제성장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정부가 주택 수요 진작 정책과 SOC 예산 확대 등을 통해 건설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3기 신도시 조기 조성과 서울∼세종 고속도로 조기 완공 등을 통한 건설투자 조기 집행 및 공공 공사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적정 공사비를 보장하지 않는 한 건설산업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며 "발주자가 적정 공사비 산정 책임을 지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물가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기업들도 내실경영체제 강화를 통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기업은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해 재무적 리스크의 적극적인 대응 등 내실경영체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SOC와 주택 및 도시재생 등 공공투자를 확대하고, 적정 공사비 산정과 물가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 추진이 요구된다.

이는 시멘트·철강 등 후방산업의 회복을 이끌고, 고용 증가와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 국내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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