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기자
kimmy@alphabiz.co.kr | 2026-05-08 23:31:25
[알파경제=김민영 기자]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대한민국 석유 안보에 적색경보가 켜졌습니다.
실질적인 국내 석유 비축분이 68일 치에 불과한 벼랑 끝 상황에서, 주요 정유사들은 중동 중심의 원유 도입망을 미국과 중남미로 넓히는 것을 넘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금기시됐던 러시아산 원유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알파경제는 해외 주요 에너지 분석 기관들의 리포트와 외신 보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원유 및 에너지원 도입선 다변화 실태를 심층 분석해 보았습니다.
▲ 대체 불가의 핵심 방패, 미국산 원유 및 에너지원
▲ 3년 만의 재도입 저울질, '금기'의 러시아산 원유
현재 가장 파격적이고 주목할 만한 변화는 러시아산 원유의 재도입 움직임입니다.
우리나라는 2022년 1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해 왔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이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분석 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상업용 원유 재고가 이르면 6월 중순경 정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운영 스트레스(Operational Stress) 임계점인 76억 배럴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 같은 극단적 물량 부족 사태에 직면하자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 구매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마침 미국이 글로벌 에너지 쇼크를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의 해상 운송 및 판매에 대해 한시적인 제재 유예 조치를 내리면서 명분도 생겼습니다. 단 한 방울의 원유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외교적 리스크를 뛰어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경제성을 무기로 삼은 기술적 시험대, 중남미 원유
미국산 원유 쟁탈전이 치열하고 러시아산 도입에 여전히 외교적 딜레마가 따르는 상황 속에서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로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중남미 원유는 운송 기간이 길어 물류 시차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원유 가격 자체가 매우 낮게 형성되어 있어 고유가 시대에 확실한 마진을 보장한다는 경제적 실익이 큽니다.
다만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마치 갯벌처럼 끈적한 초중질유라는 점이 가장 큰 장벽입니다. 이를 국내 정제 설비에 투입하려면 수출입 단계에서 묽은 미국산 경질유 등과 섞는 고난도의 블렌딩 공정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높은 황 함량과 금속 불순물로 인한 설비 부식 위험을 기술적으로 극복해야만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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