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460만주 둘러싼 '콜마 父子' 전쟁…분쟁 운명 가를 변수는?

시총 추락한 콜마비앤에이치, 실적 회복 vs 구조조정 갈림길
윤동한 회장 460만주 반환 소송…콜마그룹, 승계 대혼란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7-08 08:28:23

왼쪽부터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 윤여원 콜마BNH 대표이사. (사진=한국콜마홀딩스, 콜마BNH)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K뷰티 대표 기업인 콜마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장남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460만주 반환 소송과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의 개입으로 경영권 구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7월 중순 법원 결정을 앞두고 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들이 주목받고 있다.

◇ 승부처 다가온 법정 공방

콜마홀딩스 경영권 분쟁이 법정에서 본격적인 승부처를 맞고 있다.

지난 2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처분 심문에서 양측이 첨예한 법리 공방을 벌인 데 이어, 재판부가 오는 16일까지 추가 자료 제출을 명령하면서 이달 중순이 분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두 개 법원에서 동시 진행 중인 소송의 핵심은 2018년 체결된 '3자 경영합의'의 법적 성격이다.

윤동한 회장 측은 이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한 '부담부증여'였다며, 윤상현 부회장이 합의를 위반했으므로 주식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윤 부회장 측은 단순 증여에 불과하며, 지주사로서 부실 자회사에 대한 정당한 경영 개입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대전지법 심문에서 드러난 쟁점은 당시 합의서에 전직 경영진들의 서명이 포함된 점이다.

윤여원 대표 측은 "회사 관계자들의 서명은 개인이 아닌 경영자로서 합의했다는 증거"라고 강조한 반면, 윤 부회장 측은 "단순 입회자에 불과하며 경영합의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법조계는 부담부증여 성립 요건과 조건 위반 정도에 대한 입증 책임이 소송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미 윤 부회장의 주식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한 점은 윤 회장 측에 유리한 신호로 해석된다.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소송 결과에 따라 뒤바뀌는 세력 판도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 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지분을 늘려 현재 5.69%를 보유 중이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성윤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지분 구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현재 윤상현 부회장(31.75%)과 달튼(5.69%)을 합치면 37.4%로, 윤동한 회장(5.59%)과 윤여원 대표(7.45%)의 연합 16.06%를 압도한다.

그러나 윤동한 회장이 소송에서 승리해 460만주(약 14%)를 되찾으면 판도가 역전된다.

윤상현 부회장의 지분이 17.75%로 줄어드는 반면, 윤동한 회장은 19.59%로 늘어나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 경우 부녀 연합(27.04%)이 아들+달튼 연합(23.44%)을 역전하게 된다.

결국 과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39%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최종 승부를 가르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게 됐다.

달튼의 전략도 주목된다. 이들은 콜마홀딩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 0.57배라는 극심한 저평가 상태를 지적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한 바 있다.

과거 현대홈쇼핑에서 보여준 적극적 주주행동주의를 고려할 때, 분쟁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느냐가 최종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사진=콜마비앤에이치)


◇ 창사 최대 매출 vs 78% 영업이익 급감

분쟁의 직접적 발단인 콜마비앤에이치(콜마BNH) 실적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린다.

윤상현 부회장 측은 2020년 1092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24년 246억원으로 77.5% 급감했다며 경영 실패를 지적한다.

주가 역시 7만원대에서 1만원대로 추락했고, 시가총액은 2조원에서 4천억원대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윤여원 대표 측은 2024년 매출 6156억원을 달성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반박한다.

영업이익 감소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시장 불안정성 등 외부 요인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25년 1분기에는 회복 조짐을 보이며 향후 전망이 밝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1092억원에서 246억원으로 4분의 1 토막 나고, 영업이익률도 78%나 추락한 상황"이라며 "같은 기간 매출만 소폭 올랐다는 것만 떼어내 유리한 숫자만 강조하는 행위는 시장과 주주의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분쟁 장기화로 인한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 화장품 수출이 102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으로 성장 모멘텀을 놓칠 우려가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 코스맥스 등 경쟁사에 K뷰티 주도권을 넘겨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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