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100조의 판, 세 사람의 검기(劍氣)가 부딪히는 양재동의 전야

서강현의 차가운 계산기, '100조의 성벽'을 쌓다
최준영의 거침없는 진격, '노무의 방패'가 창으로 변할 때
이종철의 배수진, "우리 터전에 기계의 자리는 없다"
피할 수 없는 충돌,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이형진 선임기자

magicbullet@alphabiz.co.kr | 2026-05-08 23:12:47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형진 선임기자] 2026년 5월,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의 공기는 평소와 다르다. 겉으로 보기엔 고요한 유리 빌딩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그룹의 100년 운명을 결정지을 거대한 소용돌이가 치닫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꺼내 든 '아틀라스 상장'이라는 카드는 단순한 신사업 성공을 넘어 제국의 주인으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다.

이 결전의 마당에 선 세 인물의 운명적인 조우를 분석한다. 

 

(사진=연합뉴스)


​◇ 서강현의 차가운 계산기, '100조의 성벽'을 쌓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기획조정실로 귀환한 서강현 사장의 집무실엔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지극히 정교하고도 가혹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아틀라스)의 기업 가치를 최소 100조 원 위로 끌어올려야만 한다.

​서 사장의 계산기는 쉴 새 없이 두드려진다. 이 '100조'라는 숫자가 완성되어야만 정의선 회장은 상속세라는 거대한 장벽을 허물고 그룹의 심장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집어삼켜 완벽한 친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번 상장 서 사장에게 단순한 기업 공개가 아니라 그룹의 핏줄을 새로 잇는 정교한 재무적 수술이다.

단 1%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이 설계도 위에서 서 사장은 자본시장의 차가운 눈빛을 견디며 가장 날카로운 숫자의 칼날을 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최준영의 거침없는 진격, '노무의 방패'가 창으로 변할 때

​하지만 서 사장이 설계한 화려한 성벽도 현장의 파업 한 번이면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정의선 회장은 최준영 사장을 사장급으로 격상시켜 전면에 배치했다.

최 사장은 기아에서 5년 무분규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쓴 인물이다. ​최 사장의 보임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다.

그는 아틀라스(로봇)가 생산 라인의 구석구석을 장악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야 하는 선봉장이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그 지점에서 발생하는 격렬한 마찰음을 잠재우는 것이 그의 소명이다.

그는 서강현이 그린 100조의 가치가 노사 갈등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서슬 퍼렇게 현장을 장악해 들어간다.

이제 그의 노무 관리는 방어를 넘어 상장 성공을 향한 공격의 수단이 되었다.


(사진=연합뉴스)


​◇ 이종철의 배수진, "우리 터전에 기계의 자리는 없다"

​양재동의 기류를 가장 민감하게 감지한 이는 이종철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다.

그는 공장의 기름 냄새 속에서 자라난 투사다. 그에게 아틀라스는 혁신의 상징이 아니라 동료들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금속 침략자일 뿐이다.

​이 지부장은 서강현의 100조 설계와 최준영의 현장 장악이 결국 자신들의 생존권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그는 "사측이 로봇을 상장 제물로 삼아 지배구조를 개편하려 한다면 우리는 생산 중단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맞설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그가 쥔 총파업이라는 카드는 현대차그룹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명적인 일격이다. 서강현과 최준영이 놓은 정교한 바둑판을 단숨에 엎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힘이 그의 손에 쥐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피할 수 없는 충돌,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이제 시간은 상장이라는 데드라인을 향해 거침없이 흐르고 있다.

서강현 사장은 자본시장의 숫자로 압박해 오고 최준영 사장은 노무 정책의 그물망을 좁혀간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이종철 지부장이 거대한 바위처럼 버티고 서 있다.

​이 세 인물의 부딪힘은 개인의 대결이 아니다. 자본의 논리와 생존의 논리 그리고 제국의 통치 논리가 맞붙는 거대한 역사의 현장이다.

아틀라스 상장이라는 거사를 앞두고 양재동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짧고 뜨겁다. 100조 원의 환호성이 터질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멈춤의 정적이 흐를 것인가.

이제 막 현대차그룹의 명운을 건 이들의 진검승부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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