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 '탈광주' 선언…서울로 무게중심 이동

광주 주택시장 위축·과도한 공공기여 부담에 핵심 기능 이전 결정

차혜영 기자

kay33@alphabiz.co.kr | 2025-12-20 22:34:08

(사진=중흥건설 제공)

 

[알파경제=차혜영 기자] 광주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중흥건설이 핵심 기능의 서울 이전을 결정하며 사실상 '탈광주' 수순에 돌입했다.


이는 호남 지역을 대표하던 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으로 거점을 옮기는 추세에 따른 것으로, 광주 주택 시장의 급격한 위축과 미분양 증가,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수주, 개발, 기획 등 주요 사업 기능을 서울로 이전하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본사는 광주에 유지되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과 사업 추진의 중심은 수도권으로 옮겨질 전망이다.

중흥건설그룹의 계열사인 대우건설이 위치한 을지트윈타워가 서울 사무소로 거론되고 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일부 기능의 서울 이전 계획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광주 지역 주택 시장의 심각한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광주의 인구는 139만 명대로 감소하며 21년 만에 140만 선이 무너졌고, 인구 감소율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가구 수 증가율은 최하위권에 머물면서 수요 기반이 약화됐고, 이는 미분양 주택 급증으로 이어졌다.

지난 2021년 27가구에 불과했던 광주 지역 미분양은 10월 기준 1431가구로 크게 늘어났다.

1조 원대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챔피언스시티'의 착공 및 분양이 내년으로 연기된 것도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 아파트 4315가구와 상업시설, 호텔 등을 조성하는 이 대형 프로젝트는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들이 잇따라 사업에서 철수하며 현재 시공사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광주시의 과도한 공공기여(기부채납) 요구 또한 '탈광주'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광주시는 대형 개발 사업에서 전국 최고 수준인 누적 1조 원대에 달하는 기부채납 규모를 요구해왔다.

챔피언스시티 사업의 경우 약 5900억 원에 달하는 기부채납 예정액이 사업 부지 매입 금액(685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신세계백화점 확장 사업 역시 도로 변경을 조건으로 한 수백억 원대 기부채납 규모를 둘러싼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중흥건설 이전에도 호남 기반의 대형 건설사 상당수가 이미 본사를 이전했거나 핵심 기능을 수도권으로 옮긴 바 있다.

호반건설, 우미건설, 금호건설 등 '호남계 5대 건설사' 중 세 곳의 본사가 서울에 위치해 있다.

제일건설 역시 본사는 광주에 두고 있으나, 서울 지사를 통해 사업 개발, 분양, 마케팅 등 수도권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중흥건설의 이번 결정으로 광주 본사는 향후 '서류상 주소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경쟁에 치여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광주에서는 사업 자체가 어려워 굶어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수도권의 소규모 정비사업 및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등을 발판 삼아 실적 개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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