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5-29 08:25:38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중국 IT 대기업 텐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66%를 2433억원에 인수하며 SM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는 한한령 해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K팝 생태계 내 복층적 영향력 구축을 노린 치밀한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텐센트는 이미 SM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지분까지 보유하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친 '조용한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27일 하이브가 보유한 SM 지분 전량을 텐센트뮤직에 매각한다고 공시하면서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표면적으로는 하이브의 비핵심 자산 정리와 텐센트의 한류 콘텐츠 투자 확대로 해석되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정교한 계산이 숨어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복층적 지분 구조로 완성된 텐센트의 'K팝 포위망'
텐센트의 이번 SM 지분 인수가 주목받는 핵심은 단순한 직접 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텐센트는 자회사 막시모를 통해 카카오 지분 5.95%를 보유한 상태에서 SM에도 직접 투자함으로써 복층적 영향력 구조를 완성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합산 41.4%의 SM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텐센트는 이들 기업의 주주이면서 동시에 SM의 직접 주주가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텐센트가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SM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텐센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도 임원을 파견해왔다.
지난해 12월 차오 양 써니 텐센트 전무이사가 카카오엔터 이사로 선임되는 등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증권 이기훈 연구원은 "텐센트가 카카오뿐만 아니라 SM에도 투자함으로써 향후 중국 시장 진출에서 다양한 협업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한령 해제 '불확실성' 속 중국의 선제적 베팅
텐센트의 이번 투자 시점이 미묘한 것은 한한령 해제를 둘러싼 기대감과 현실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5월께 한한령이 점진적으로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중국 현지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2025년 외자 안정 행동 계획'에서도 영화 현지 제작, 현지 엔터테인먼트사 운영 등은 여전히 금지 상태로 남아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문화 정책'도 지속 추진되고 있어 전면적인 한한령 해제는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텐센트가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SM의 자회사 디어유는 이미 텐센트뮤직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며, 빠르면 6월 내 중국 시장 진입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 지인해 연구원은 "당장 중국 공연이 풀리지 않더라도 K팝 아티스트 팝업스토어 확장, 팬 접촉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K팝 글로벌화 속 중국 자본의 '조용한 확산'
텐센트는 이미 카카오, 넷마블,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IT·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광범위하게 투자해왔다.
주목할 점은 텐센트의 투자 방식이다. 경영권을 직접 확보하기보다는 전략적 소수 지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넷마블의 경우 자회사 한리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17.52% 지분을 보유한 3대 주주지만, 경영 간섭은 최소화하면서 사업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투자 패턴을 두고 '조용한 확산'이라고 표현한다.
다만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리스크도 상존한다. 미국 국방부가 텐센트를 '중국 군사 지원 기업'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2026년 6월 이후 해당 기업과의 거래 금지를 명시한 상태다.
이는 텐센트와 관계가 깊은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텐센트는 투자 확대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중국 내 잠재 수요는 여전히 크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중국의 20대를 중심으로 한 한류 선호도는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시장 개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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