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연말 인사 빨라질까…'불확실성 파고' 넘기 선제 대응

차혜영 기자

kay33@alphabiz.co.kr | 2025-10-08 21:36:05

대통령 간담회 참석한 4대그룹 기업 총수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차혜영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 관세 정책 등 극심한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연말 정기 인사를 예년보다 앞당겨 단행할 전망이다.

내년도 경영 환경 악화에 대비해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위기 대응 체제를 신속히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오는 11월 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후부터 연말 인사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통상 12월 초에 이뤄지던 것에 비해 최소 3주가량 빨라진 일정이다.

올해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성과에 기반한 '신상필벌'과 사업 효율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사 폭이 예년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재계 1위 삼성전자는 다음 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뒤 처음 진행되는 만큼 '뉴 삼성'을 위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반도체(DS) 부문은 지난해 대규모 쇄신을 단행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고(故) 한종희 부회장의 공석을 채울 DX부문장에는 노태문 사장의 정식 선임이 유력시된다.

특히 그룹의 컨트롤타워 재건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관계사 경영을 진단하는 경영진단실을 신설했으며, 재계에서는 이를 컨트롤타워 복원의 신호탄으로 해석해왔다.

SK그룹 역시 통상 12월 첫 주에 하던 인사를 11월로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인사 시기에 대해 "유동적"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2021년 이후 없었던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지도 관심사로,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을 이끈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예년처럼 12월에 인사를 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11월 중순으로 인사를 앞당긴 전례가 있다. 올해도 미국 관세 문제 등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봇 등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할지 이목이 쏠린다.

LG그룹도 11월 말쯤 인사가 예상되지만, 그룹 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광모 회장은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 "절박감을 갖고 과거의 관성을 떨쳐내야 한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여러 차례 주문한 바 있다.

이밖에 포스코그룹은 안전 최우선 기조의 인사를, HD현대는 조선업 호황을 이어가기 위한 사업 효율화 중심의 조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해 11월에는 소폭의 임원 인사만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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