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더본코리아, 300억 할인 공세로 '백종원 리스크' 가릴 수 있나

99.9% 투자자 손실…최악 성적표
빽다방→홍콩반점까지 50% 할인 총출동
주관사 49억 챙기고 투자자만 쪽박?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6-09 08:21:57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IPO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백종원이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연이은 논란으로 추락한 기업 신뢰를 300억원 규모 할인 행사로 회복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 없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더본코리아가 지난 5월부터 전개하고 있는 대규모 할인 공세가 과연 '백종원 리스크'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빽다방, 홍콩반점, 한신포차 등 주요 브랜드의 대표 메뉴를 최대 50%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연이어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가맹점 매출 활성화와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상생 지원책"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잠재우려는 이미지 세탁용 마케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99.9% 투자자 손실…최악 성적표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더본코리아 주가는 2만7250원으로, 지난해 11월 공모가 3만4000원보다 20% 가까이 떨어졌다.

상장 첫날 기록했던 최고가 6만4500원과 비교하면 58%나 폭락한 수준이다. 시가총액도 상장 당시 74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회사가 내놓은 해법은 300억원을 쏟아붓는 할인 공세였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문제를 덮으려는 시간 벌기용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약 분무기로 음식에 소스를 뿌린 식품위생법 위반 논란, 빽햄 가격 부풀리기 의혹, 원산지 표기 오류 등 연이은 사건들에 대해 여러 차례 개선을 약속했지만, 구체적 성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더본코리아는 올해 1분기 매출 1107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6.6% 성장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그럼에도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이유는 재무적 성과보다 기업 신뢰도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서울 시내 한 홍콩반점0410 매장에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빽다방→홍콩반점까지 50% 할인 총출동

더본코리아는 가맹점주들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국회에 제출된 카드사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월 이후 더본코리아 주요 브랜드 가맹점 매출이 최대 45%까지 급감했다.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에 더본코리아는 전 브랜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로열티를 3개월간 전면 면제하고, 할인 프로모션 비용을 본사가 전액 부담하며, 브랜드별 핵심 식자재도 특별 할인 공급하고 있다.

총 300억원 규모의 이번 지원책은 분명 가맹점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진=연합뉴스)


◇ 주관사 49억 챙기고 투자자만 쪽박?

더본코리아의 현재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장 과정에서부터 투자자들을 기만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업 가치 산정 과정에서 벌어진 '포장술'이다.

더본코리아는 공모가 산정 시 비교 기업으로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닌 풀무원, CJ씨푸드, 대상 등 종합식품기업들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주가수익비율(PER)을 17.6배까지 부풀려 공모가를 3만4000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실제 더본코리아의 매출 구조를 보면 전체의 85% 이상이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나온다. 식품 유통 사업은 11% 남짓에 불과하다.

리서치알음의 최성환 연구원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오너 리스크, 프랜차이즈 업종의 성장 한계, 그리고 과거 다수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상장폐지 사례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과감히 공모가를 희망 상단 밴드 이상으로 결정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과도한 수수료를 취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 이후 주가 부진으로 투자자 피해만 가중된 상황에서, 이번 상장 과정에서 지급된 '수수료 프리미엄'은 과연 정당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관사들은 공모 금액의 4.8%에 해당하는 49억원가량을 주관사 인수 수수료로 받았다. 이는 상장 성사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 지급되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리서치알음은 더본코리아에 대한 투자의견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1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99.9%의 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백종원·강석원 대표는 주식 매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보호예수 기간이 끝났음에도 지분 매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마치 투자자에 대한 배려인 양 포장했지만, 실상은 현재 주가로는 팔 수도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더본코리아가 3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지원책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섰지만, 진정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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