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숙 기자
parkns@alphabiz.co.kr | 2025-07-05 00:00:14
[알파경제=박남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및 지출 삭감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연방 의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트럼프는 자신이 목표로 세웠던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크고 아름다운 감세법안’을 극적으로 서명할 수 있게 되었다.
당일 하원에서 감세안 관련 표결이 찬성 218 표, 반대 214 표로 가결되었고, 공화당 의원들 중에서는 2명 만이 반대 의견을 보였다.
법안은 지난달 하원에서 가결됐지만 지난 1일 상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몇몇 조항에 수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하원의 재의결 과정을 거쳐야했다.
증시전문가들은 OBBB 감세안 통과에 따라 미국 주식시장의 리스크온(risk on) 무드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7~2018년도와 같은 법인세율 인하와 이에 따른 기업이익 개선 효과 기대는 낮지만 부채한도를 5조 달러 상향함에 따라 8월 중 위험 요인이었던 미국 부채 디폴트와 정부 셧다운 가능성에서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다.
◇ 기존 감세안과 차이점
키움증권에 따르면, 최종 통과된 OBBBA는 기존 하원안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먼저, 재정적자 누적폭이 확대되었다. CBO는 상원을 통과한 감세안이 10년 간 3.3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누적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하원안 대비 0.9조 달러 증가한 규모다.
둘째, 메디케이드 삭감폭 역시 확대되어, 하원안의 10년간 863억 달러에서 930억 달러로 늘어났다. CBO는 근로요건 강화 등으로 인해 약 1180만 명이 건강 보험을 잃을 것으로 분석했다.
셋째,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는 전기차 공제 폐지 시점은 3개월 앞당겨졌지만, 풍력과 태양광은 4년간 25%씩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완화됐다.
이밖에 국방 및 국가안보 예산은 늘어나 '골든 돔 프로젝트'에 1570억 달러를 배정했고, 국방비는 10년간 총 3900억 달러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2026년 국방예산도 전년 대비 13% 증가한 약 1 조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채한도 증액 규모는 하원안의 4조 달러에서 상원안은 5조 달러로 확대됐는데, 이는 내년 중간선거 전 재협상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 반도체, AI 서버, 바이오, 산업 자동화 분야 수혜 예상
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방지출 확대로 기존에는 아이언 돔과 같은 억제력(Deterrence)과 방어력, 기존 레거시 무기(F-35 등) 기술에 중점을 두었다면, 함정과 조선업에 대한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군용 SMR, 우라늄 핵농축 시설, 핵연료 처리 기술 강화 등 원자력 부문에 대한 지출이 강화되었다"고 분석했다.
국경 강화 예산도 증액되었다. 국경 장벽 건설, 구금/이송 시설 설치 예산과 국경 감시체계 강화를 위한 레이더, 적외선 센서, 드론 등 보안 관련 지출이 편성되었다. 첨단 드론 및 사이버 보안에 대한 투자 강화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예상대로 청정에너지/배터리/전기차 업종의 센티먼트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혜란 연구원은 "세액 공제의 조기 종료는 물론 관련 재원 조달 기능을 모두 폐지해 사실상 관련 지원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그러나 반도체에 대한 전략적 투자 지속 의지는 확인되었다"고 평가했다.
그간 트럼프는 취임 후 바이든의 CHIPS법을 비판하며 IRA 뿐만 아니라 CHIPS 세액 공제의 조기 종료 또한 우려되었다.
그러나 이번 감세안에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가 기존 25%에서 35%로 오히려 상향 조정되면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판단이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법안 통과 이후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은 반도체, AI 서버, 바이오, 산업 자동화 분야라고 꼽았다.
이들 산업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만큼, 법인세·소득세 감세 영구화, R&D 비용 즉시 공제, 100% 보너스 감가상각 등의 세제 인센티브가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특히 투자 세액공제 상향 조치로 인해 신규 팹 및 연구시설 착공이 앞당겨지고, 수익 실현까지의 리드타임도 짧아질 수 있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동차, 기계, 화학, 철강 등 자본집약적 제조업 역시 수혜가 기대된다.
김승혁 연구원은 "100% 즉시 감가상각 적용으로 인해 노후 시설 교체나 신규 공장 건설 시 초기 투자 부담이 줄어들며, 반도체·AI 산업과의 투자 연계로 시너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위산업은 국방예산이 전년비 13% 증가한 약 1조 달러로 확대되며 미사일 방어 체계, 신형 무기 개발 등에 대한 수주 증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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