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3-27 19:23:34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기업은행이 거액의 부당대출 사건을 계기로 지점장 이상 임직원의 친인척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기로 했으나, DB화 대상자가 전체 임직원의 10% 미만이고 개인정보 제공을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최근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이 적발된 후, 재발 방지책의 일환으로 지점장 이상 임직원 친인척의 개인정보를 DB에 등록해 관리할 계획이다.
정보 등록 대상 친인척은 △임직원의 배우자 △임직원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임직원과 배우자의 형제·자매다. DB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등이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DB 시스템에는 여러 한계점이 지적된다. 우선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은행 전체 임직원 1만3600여 명 중 DB화 대상인 지점장 이상은 960명으로 약 7%에 불과하다. 부당대출에 가담한 B씨도 지점장보다 낮은 팀장 직급이었다.
또한 개인정보 제공은 당사자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친인척이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 DB 등록이 불가능하다. 또 등록된 정보가 실제 맞는지 확인하려면 가족관계확인서 등 서류 제출이 필요한데, 이는 임직원에게 과도한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DB화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성 자체는 없다"면서도 "직원용이든 고객용이든 체크리스트를 받거나 서류를 통해 보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방안이 시행되면 기존 방안들과 더불어 서류까지 받기 때문에 충분히 보완적 성격이 될 것"이라며 "DB 등록의 한계점은 저희도 동의하는 부분이지만, 상당 부분 많이 진전되어 있고 기존 내부통제 방법들과 상호 보완되면서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은 DB 시스템 외에도 기존 심사센터와 별도로 승인된 대출을 2차로 점검하는 '승인여신 점검 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내부통제를 무력화하는 부당지시 근절을 위해 부당지시자와 이를 이행한 직원도 함께 처벌하는 제도와 독립적인 내부 신고 채널을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이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적발했다. 기업은행은 금융사고 발생 후 2~3개월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금감원 검사가 시작되자 증거를 조직적으로 삭제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관련자 간 대화를 봤을 때 조직적인 은폐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자료를 삭제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위반으로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26일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이번 일로 IBK에 실망했을 고객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철저한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또한 외부 전문가를 감사부에 영입하고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자문단을 운영해 감사의 공정성과 엄격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이러한 조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IBK쇄신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쇄신안을 낸 것처럼 최대한 많은 보완책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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