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 시간을 굽고 순간을 물들이다”…‘테르멜레 IV’ 싱가포르 전시

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5-09-22 19:16:59

싱가포르 스페이스 퍼니쳐 쇼룸 전경. (사진=Maison 42H)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건축유산 전문가이자 전시 기획자인 박나래 큐레이터가 기획한 '테르멜레(TERRE MELÉE)' 프로젝트의 네 번째 전시, '테르멜레 IV'가 오는 9월 19일부터 10월 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싱가포르의 디자인 갤러리인 Bol Gallery, Chen+Choi Collaborative와 협력해 진행되며, SPACE Furniture와 BOL Gallery 두 곳에서 동시에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다문화와 다민족이 어우러져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싱가포르라는 도시와, 각자의 뚜렷한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한국 작가 이혜미, 프랑스 작가 아르노 부에이가 만나 시공간을 초월하는 '연금술적' 예술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사진=Maison 42H)


전시 부주제인 '연금술(鍊金術), 시간을 굽고 순간을 물들이다'는 작가들이 작업을 통해 보여주는 물질의 변형, 시간의 흐름, 그리고 순간의 의미를 함축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서로 다른 매체와 접근 방식을 사용하지만, 모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연금술적 행위를 통해 낡고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혜미 작가는 흙이라는 원초적인 물질을 다루며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녀는 흙에서 은을, 은에서 달을, 다시 달에서 흙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연금술을 작업에 담아낸다.

흙은 단순한 물질을 넘어 시간, 기억, 자연의 순환과 영원을 품고 있으며, '굽는다'는 행위를 통해 시간을 굳히고 순간을 포착하여 영원으로 물들이는 철학적 의미를 부여한다.


(사진=Maison 42H)


아르노 부에이 작가는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폐허가 된 산업 공간들을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한다. 그는 무가치해 보이는 폐허를 보석 같은 미감으로 재탄생시키는 '예술적 연금술'을 통해 과거의 번영과 현재의 쇠락이 공존하는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무게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보석을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창조 과정을 보여주는 두 작가의 작업은 다문화적 역동성과 시간의 층위가 공존하는 싱가포르에서 더욱 강렬한 공명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뒤섞이는 이 도시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예술과 공간, 물질과 철학, 감성과 이성이 교차하는 다층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SPACE Furniture는 세계적인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와 함께 디자인과 예술이 만나는 현대적인 공간으로 재조명되며 두 작가의 작업을 담아낼 스마트한 협업을 선보인다.


(사진=Maison 42H)

BOL Gallery에서는 아르노 부에이 작가의 파리 및 이탈리아 일상 풍경과 이혜미 작가의 달의 정서를 담은 작품들이 시간의 미학을 표현하며 조화롭게 배치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총 기획한 박나래 Maison42H 대표는 “테르멜레 프로젝트는 그녀가 다양한 문화와 예술, 건축이 ‘우연한 만남’을 통해 독특한 예술적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 기획한 대표적인 전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테르멜레 IV’는 특히 한국과 싱가포르, 그리고 유럽의 예술과 디자인이 조우하는 다문화적 장이자,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공물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연금술’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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