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정 기자
moonsj@alphabiz.co.kr | 2026-06-03 19:09:46
[알파경제=문선정 기자] 지난 1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참사는 기본적인 안전 설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대기업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예견된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위험천만한 화약을 다루는 공간임에도 화재를 진압할 핵심 설비인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폭발 위력에 희생자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훼손됐다.
과거 연이은 사망 사고 이후에도 낡은 관행을 고수하다 벌어진 비극에 사측은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면피용 사과'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026년 6월 1일자 [현장] ‘또 터졌다’ 한화에어로, 10년새 총 13명 폭발사고로 사망…’안전 불감증’ 도마 위 참고기사>
◇ "선배가 안에 있어요" 절규…형체 잃은 시신에 빈소도 못 차려
3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일 오전 10시 59분경 119상황실에는 "빨리 좀 와주세요. 지금 폭발했고 우리 선배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동료 작업자의 다급하고 절박한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85건의 폭발 관련 신고가 빗발쳤으나, 간절한 외침에도 현장 작업자 7명 중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폭발의 위력은 끔찍했다. 사망자 5명의 시신은 훼손 상태가 매우 심각해 육안으로는 신원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하면서 유족들은 사고 이틀째인 이날 오후까지 장례식장에 빈소조차 차리지 못한 채 피눈물을 흘리며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들의 면면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망자 중 2명은 올해 2월 26일 나란히 입사해 근무한 지 불과 석 달밖에 되지 않은 20대 비정규직(계약직) 청년들이었다.
나머지 3명은 20년 이상 화약을 취급해 온 50대 숙련공 2명과 30대 1명이다. 간신히 자력으로 대피한 20대 작업자 1명은 전신 2~3도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위중한 상태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 화약 다루는데 스프링클러·CCTV '전무'…소화기 1대가 전부
참혹한 인명 피해에 반해 현장의 안전 대비태세는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유관기관 합동 브리핑에 따르면 폭발이 일어난 56동 세척 공실(연면적 243㎡) 내부에는 화재를 초기 진압할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
사측은 화약을 취급하는 고위험 공정임에도 "건물 면적상 법적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넓은 공실 내부에 비치된 소방 안전시설은 '20kg 소화기 1대'가 전부였다.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할 내부 폐쇄회로(CCTV) 역시 없었다. 사측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근로자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내부에 설치할 수 없었다"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았다.
폭발성이 강한 화약 잔류물(추진제)을 다루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하면서도 최소한의 방재 설비나 모니터링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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