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첫날 전국 주유소 44% 가격 인하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3-13 18:48:51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오후 휘발유 가격이 1757원으로 부산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해운대구 한 주유소에서 차량이 주유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이란 공습 이후 폭등한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29년 만에 꺼낸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첫날부터 주유소 가격 인하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가 미국·이스라엘에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서 앞으로의 제도 효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3일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전국 1만646개 주유소 가운데 휘발유 판매가를 전일보다 낮춘 곳은 43.5%(4633곳)로 집계됐다.

전일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주유소는 54.5%(5804곳), 올린 곳은 2.0%(209곳)였다.

경유의 경우에도 43.8%(4661곳)가 가격을 내렸고, 53.3%(5678곳)는 동결했으며, 2.9%(307곳)는 인상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73원으로 전날보다 26원 하락했다. 경유 평균 가격은 35원 내린 1884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날 자정을 기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 상한이 보통 휘발유 ℓ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으로 각각 지정됐다.

해상 운송이 불가피한 도서 지역에는 운송비 등을 반영한 별도 상한이 적용돼 휘발유 1743원, 경유 1732원, 등유 1339원이 기준이 된다.

이 가격은 오는 26일까지 2주간 유지되며, 이후 중동 상황과 국제유가 동향 등을 고려해 2주 단위로 재설정된다. 이번 1차 상한은 3월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 대비 휘발유 109원, 경유 218원, 등유 408원 낮은 수치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대리점·주유소 공급가를 규제 대상으로 하며, 소비자가인 주유소 판매가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오피넷과 시민단체를 통한 주유소 판매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가격 인상이나 매점매석 의심 주유소에는 공표·조사·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정유사 손실분은 분기별 사후 정산 방식으로 정부가 보전한다. 매점매석 방지를 위해 정유사의 월간 반출량을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매점매석 금지 고시도 이날부터 2개월간 시행된다. 수출물량도 지난해 수준으로 제한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범부처 합동 점검단 회의와 석유 시장 점검 회의를 잇달아 주재하며 정유 업계의 가격 안정 협조를 요청했다. 김 장관은 서울 마포구 SK에너지 양지주유소를 직접 찾아 현장 점검에도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SNS를 통해 "오늘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면 시행한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요동치는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공급 가격에 분명한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며 "만약 이를 어기는 주유소 등을 발견하시면 지체 없이 저에게 신고해달라"고 밝혔다.

다만, 국제유가는 이날 다시 급등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종가가 배럴당 100.46달러로 전장 대비 9.2% 올랐다.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 돌파는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으로,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미국·이스라엘을 향한 초강경 대응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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