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호진 태광그룹, 흥국생명빌딩 거래 둘러싼 '편법 승계' 의혹

오너 자녀 지분 운용사가 핵심 자산 관리…이익 귀속 구조 논란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0-15 08:05:19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태광그룹이 서울 새문안로에 위치한 흥국생명빌딩을 계열 운용사인 흥국리츠운용을 통해 매입하는 과정에서 '내부거래형 편법 승계'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흥국리츠운용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자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그룹의 핵심 자산을 오너 일가가 참여한 운용사가 관리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는 최근 애경산업 인수전에 참여했던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와 유사한 지분 구조를 띠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14일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올해 초 자본금 100억원으로 출범한 흥국리츠운용은 흥국생명빌딩을 7193억 원에 매입할 흥국코어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흥국코어리츠)를 설립했습니다.

흥국코어리츠는 약 7년(84개월)간 빌딩을 보유한 후 매각할 계획이며, 매도인은 흥국생명보험, 운용사는 흥국리츠운용입니다.

이 거래 구조에서 흥국리츠운용은 자산 매입 시 약 72억원, 매년 약 29억원의 운용 수수료를 받게 됩니다.

또한, 매각 시에는 매각 금액의 0.7%와 매각 차익의 10%를 각각 매각보수 및 매각성과보수로 추가 수령하게 됩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흥국리츠운용의 주주 구성입니다. 이호진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 씨와 장녀 이현나 씨가 각각 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82%는 티시스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티시스의 주요 주주는 ▲태광산업(46.33%) ▲대한화섬(31.55%) ▲이현준 씨(11.30%)입니다.

이런 구조는 최근 애경산업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와 유사합니다. 티투PE 역시 이현준 씨와 이현나 씨가 각각 9%, 태광산업과 티시스가 각각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너 자녀가 지분을 가진 회사가 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관리하고 배분받는 구조가 만들어 진다는 겁니다.

매각 차익을 포함한 주주의 예상 내부수익률(IRR)은 연평균 10% 이상인 것으로 보입니다. 흥국리츠운용은 향후 사모 및 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규제는 회피하면서 이익은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된 출자구조인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이에 애경산업 인수를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의 경우 태광그룹이 티투PE에 이익을 제공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박사는 알파경제에 "엄밀히 따지면 자녀들 지분이 있는 티투PE나 흥국리츠운용이나 공정거래법 사익편취 규제(지분율 20% 미만)에 적용받지 않아 보이나, 오너일가 지분 보유 회사와의 내부거래로 편법 승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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