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 기자
star@alphabiz.co.kr | 2026-05-07 18:37:21
[알파경제=이고은 기자] 서울 도심의 대표적 낙후 지역으로 꼽히는 종묘 앞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이 국가유산청(유산청)의 규제 몽니에 또다시 발목을 잡혔다.
낡고 위험한 도심 흉물을 정비해 녹지와 어우러진 현대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오랜 숙원 사업이 문화유산 보호라는 명분 아래 시대착오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유산청의 어깃장으로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유산청은 전날 서울시와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종로구청에 ‘세계유산 종묘와 그 역사문화 환경 보호에 필요한 조치 이행 명령’ 공문을 기습 발송했다.
세운 4구역 재개발 사업이 종묘에 미칠 영향을 평가받고 사업 계획을 보완하라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진행 중인 재개발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는 압박이다.
서울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현재 세운상가 일대는 붕괴 위험마저 안고 있는 노후 건축물이 밀집해 있어 화재 등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라며 "오히려 이 흉물스러운 슬럼가를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종묘의 역사적 가치와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행위 아니냐"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10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을 발표하며 해당 구역의 건축 가능 높이를 최대 142m로 유연하게 조정해 사업성을 확보하고 도심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2018년 설정된 비현실적인 고도 제한(71.9m)을 현실화한 조치다.
또한 시는 고밀도·고층 개발을 통해 확보한 부지를 대규모 녹지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주고 종묘 주변의 쾌적성을 높이겠다는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대도시들이 문화유산과 현대적 고층 건물이 조화를 이루면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추세와 비교할 때 '높이'만 물고 늘어지는 유산청의 접근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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