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 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6-03-05 08:11:35
[알파경제=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이사] 최근 주식시장이 미국과 이란의 중동전쟁 탓에 극심한 변동성을 겪으며 무너져 내리고 있다.
거래 수수료와 신용 이자로 수익을 내는 증권사들에게 변동성은 '땡큐'일지 모르겠으나,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계좌는 말 그대로 박살이 나고 있다.
하락장 속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외부의 거시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한국거래소(KRX)의 시대착오적이고 기계적인 제도 운영이 시장의 낙폭을 불필요하게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 ‘밸류업’ 외치는 정은보 이사장 vs 찬물 끼얹는 거래소 실무진
현재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코스피 5000, 6000 시대와 코스닥 2000포인트 달성을 본인의 핵심 업적으로 삼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독려하고 해외 IR까지 직접 다니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총력전을 펴는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도 국가적 차원에서도 증시 부양을 외치고 있는 판국이다. 그러나 거래소 실무진의 행보는 이사장의 원대한 꿈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대표적인 엇박자가 바로 주가가 상승한 종목에 대한 ‘투자경고’ 및 ‘담보 제외’ 조치다.
◇ 주가 오르면 담보 제외? 연쇄 반대매매 부르는 거래소의 기계적 규제
현재 규정상 특정 종목이 1년 내 100% 이상 상승하는 등 단기 급등세를 보이면 거래소는 기계적으로 '투자유의'나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딱지가 붙는 순간, 해당 종목이 신용융자 불가 종목이 될 뿐만 아니라 기존 주식담보대출의 담보 가치에서도 통째로 빠져버린다는 점이다.
작전 세력이 개입했거나 횡령 등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 불법적 상황이라면 거래 정지나 담보 제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단순히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어 정상적으로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담보 가치를 '0'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거래소의 황당무계한 조치 후폭풍은 매우 치명적이다. 보유 종목 하나가 갑자기 담보에서 제외되면, 투자자의 전체 계좌 담보 비율이 급락하게 된다.
결국 투자자는 원치 않게 멀쩡한 다른 우량 종목들까지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 반대매매에 직면한다.
거래소의 기계적인 잣대가 멀쩡한 시장에 매물 폭탄을 던지고 연쇄적인 주가 폭락을 인위적으로 촉발하고 있는 셈이다.
◇ 코스닥 2000 가면 전 종목 거래 정지시킬 것인가
거래소의 생각없는 행정은 코스피 6000, 코스닥 2000을 향해 가겠다는 정은보 이사장의 비전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지수가 두 배, 세 배로 뛰려면 당연히 개별 종목들은 100%, 200% 상승해야 한다.
주가가 올랐다고 투자경고를 매기고 담보에서 빼버린다면 코스닥이 2000포인트에 도달했을 때 살아남을 종목이 과연 몇 개나 되겠는가.
지수가 오르면 다수의 종목을 거래 정지시키고 시장의 손발을 묶어버리겠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대형주(라지캡)에 대해서는 이러한 제재를 일부 유예하겠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종목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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