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저축은행 '적자행진'...“이자비용·충당금 부담”

여세린

selinyo@alphabiz.co.kr | 2024-02-15 18:22:03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여세린 기자]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에 직면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조달비용이 상승한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늘린 영향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순손실 규모는 KB저축은행이 906억 원으로 가장 컸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491억 원, 하나저축은행은 132억 원의 적자를 냈다.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299억 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적자를 면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22% 감소했다.


저축은행권의 저조한 성적은 고금리 기조와 조달비용 상승 등 경기불황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들은 2022년 하반기 금융권 수신경쟁 속에 최고 연 6.5%에 달하는 정기 예금을 내놓았는데 지난해 말 이런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도래하자 높은 조달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이에 예대금리차가 줄면서 이자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부동산 PF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 적립이 큰 폭으로 늘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동산PF 부실이 가시화되면서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본 PF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의 예상손실은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라는 주문인데, 이는 무리하게 브릿지론 대출을 벌인 일부 저축은행의 손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 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자산 내 부동산 PF 비중은 저축은행이 16.5%로 증권·보험·은행에 비해 높았고, 부동산 PF 중 브릿지론 비중도 저축은행이 55%로 가장 높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와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 확대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며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되기 전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은 141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적자 960억 원에서 47.2%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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