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식 기자
ntaro@alphabiz.co.kr | 2025-12-08 18:09:14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위해 출범시킨 새도약기금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출범 두 달 만에 첫 소각이 단행되면서 장기 추심에 시달리던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복귀 가능성이 열렸다.
금융위원회와 새도약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는 8일 부산국제금융센터 캠코마루에서 소각식을 열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7만명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1조1000억원을 전량 소각했다고 밝혔다.
소각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6만6000명(채권액 1조1000억원), 중증장애인 2900명(440억원), 보훈대상자 700명(130억원) 등이다. 이들은 상환능력 심사를 생략하고 우선 지원했다.
소각 대상자를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50대 이상 고령층이었으며, 가장 많은 비중은 60대가 차지했다. 채무 규모는 80% 이상이 3000만원 이하였고, 이 중 1000만~2000만원 소액 채무가 가장 많았다.
연체 기간은 평균적으로 매우 길어 20년 이상 25년 미만 장기 연체가 절반을 차지했다. 사실상 상환 능력이 사라진 계층이 장기간 추심 고통 속에 방치돼 왔다는 의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소각된 채권의 절반 이상이 20년 넘게 연체된 채권"이라며 "그 긴 세월 동안 국민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이 과연 정당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부채 탕감을 넘어 인간에 대한 존중, 사회적 연대를 실천하는 첫걸음"이라며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장기 연체를 방치해온 금융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는 회수 가능성이 없는 연체채권에 대해 금융권이 소멸시효를 관행적으로 연장해 채무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소멸시효 관련 절차와 관행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다만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인 만큼 "정말 어려운 사람만 지원받을 수 있도록 면밀한 상환능력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새도약기금이 채무자의 금융·가상자산 정보를 심사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법 개정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새도약기금은 지난 10월 출범 이후 두 차례 매입을 통해 약 42만명의 장기 연체채권 6조2000억원을 인수했다. 매입 즉시 추심이 중단됐다.
소각식에서는 참석자들이 장기 연체채권 원본 서류를 파쇄기에 투입하는 세레머니를 진행했다.
금융위는 소각 대상 외 채무자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협약 금융회사로부터 채권을 순차적으로 일괄 인수한 뒤, 소득·재산 정보를 기반으로 소각 또는 채무조정을 진행한다.
소각 기준은 중위소득 60% 이하이면서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는 경우이며, 그 외에는 원금 30~80% 감면, 최장 10년 분할상환, 이자 전액 감면 등이 적용된다.
별도 신청 절차는 없으며, 소각 여부는 SMS와 새도약기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1차 소각 대상자에게는 오는 22일 문자 안내가 발송된다.
새도약기금은 내년까지 협약 금융회사로부터 채권을 일괄 인수할 예정이며, 전체 매입 규모는 16조4000억원, 수혜 예상 인원은 약 113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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