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waygo1717@alphabiz.co.kr | 2024-01-08 18:06:26
[알파경제=김민수 기자] 미혼 남녀 비중이 늘어나면 현재와 미래의 노동공급이 모두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혼 인구 비중이 늘어나면 고용과 근로시간 측면에서 모두 총노동공급이 줄었다.
우리나라 핵심연령층(30~54세) 내 미혼 인구수는 지난 2000년 129만명에서 2020년 464만명으로 335만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전체 인구에서 미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7.4%에서 24.7%로 17.3%포인트(p) 확대됐다.
미혼 인구 증가가 노동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로 상반됐다. 남성 미혼 인구 증가는 노동 공급의 총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기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2013~2023년 평균)은 미혼 대비 각각 13%p, 16%p 높았고, 실업률은 4%p가량 낮았다.
기혼 남성은 미혼에 비해 시간제 근로 비중이 작아 1인당 근로시간이 더 길었다.
결과적으로 혼인율 하락으로 남성 미혼 인구가 증가하면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고용 하락·실업 증가)과 평균 근로시간 모두 줄어들면서 경제 전체의 노동 공급량을 줄인다는 분석이다.
반면 여성은 미혼 인구가 증가하면 노동 공급이 증가했다.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미혼 대비 각각 19%p, 16%p 낮았다.
이처럼 성별에 따라 미혼 비중 확대의 영향이 다르지만 과거 10년 사이에는 남성의 노동공급 감소 효과가 더 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또한 미혼 증가는 출산율을 낮춰 미래 노동 공급에 타격을 준다.
한은이 혼인·출산율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공급 장기 추세를 추정한 결과 30년 후 미혼 비중이 남성 60%, 여성 50% 수준에 이를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31년(79.7%) 정점을 찍고 이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분석에서 정점을 찍은 후 하락 속도도 미혼 비중이 커질수록 빨라졌다.
한은은 “만혼·비혼 등 결혼 행태 변화에 따른 미혼 인구 증가는 거시적 노동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현재와 미래의 노동공급을 모두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은은 인구 미혼화 완화(혼인·출산율 제고)·적응(미혼자 고려 노동 환경)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청년층의 장기 취업난, 고용 불안정, 높은 주거 비용, 높은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결혼에 대한 기회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청년기의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은 결혼 의사가 있는 경제 주체들이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혼 여성이 출산을 위해 경제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결혼의 기회비용을 높여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독신을 선택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고용과 주거 등 출산을 둘러싼 경제·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일과 가정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혼 인구가 노동시장에 적극 참여하도록 시장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