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대표기자
ceo@alphabiz.co.kr | 2026-04-08 18:20:13
[알파경제 = 김상진 대표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대대적인 궤도 수정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던 자율주행 부문의 독자 개발’ 노선을 사실상 포기하고 외부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렸다.
대신 그룹의 명운과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걸린 로보틱스(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 및 생태계 구축에 전사적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그룹의 격변기 속에서 증권가와 전문가들은 완성차(현대차·기아) 본진보다는 로봇 부품 기업으로 탈바꿈 중인 ‘현대모비스’를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지목하고 있다.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데 실패하면서 내부적으로 상당한 책임론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차는 무리한 독자 생존 대신 외부의 완성된 기술을 가져오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급선회했다.
엔비디아 출신 박민우 사장을 영입해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hamayo) 등을 도입하고 자사 독자 운영체제(OS)인 플레오스(PlayOS)에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카카오가 AI 시장에서 막대한 개발비 대신 외부 모델을 가져와 활용했던 이른바 ‘총판 전략’과 유사하다.
남의 기술이라도 빌려 써서 시장 도태를 막겠다는 현실적 타협안이지만, 대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성능 칩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향후 수익성 악화와 기술 종속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정의선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내 대표적 '재무통'으로 꼽히는 서강현 사장(현 현대제철 사장) 등 컨트롤타워는 한정된 그룹 자원의 배분 1순위를 '보스턴 다이내믹스'로 재설정했다.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 및 향후 상속세 마련을 위해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3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기업가치를 50조~100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자체 개발 로봇 '아틀라스' 등이 실제 현대차 생산 공장에 투입돼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 한 대의 로봇 도입도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파 노조'의 반발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사측이 노조의 핵심 요구안인 ‘64세 정년 연장’을 수용하는 대가로 공장 내 로봇 투입을 이끌어내는 대형 빅딜(노사 대타협)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딜이 타결되면 2026년 말부터 2027년 사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본격적인 미 증시 상장 스토리가 가동될 전망이다.
올해 1~2월 국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18% 급감한 이면에는 테슬라 '모델 Y'의 공격적인 가격 할인 공세가 자리하고 있다.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보조금을 대거 흡수하며 현대차의 안방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어, 고수익 시장인 내수 방어가 실적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 관점에서는 현대차·기아에 대한 직접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가 상승으로 과거 4%대에 달했던 배당 수익률이 2%대로 하락한 데다 본업의 이익 둔화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을 축소하고 로봇 부품 등 고부가가치 미래 먹거리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의선 회장 체제 아래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핵심 계열사인 만큼,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때 기업가치가 가장 크게 뛸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투자 포인트로 지목된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