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매일유업, '사생활 논란' 저속노화 정희원 박사 손절…포장 전면 교체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2-23 18:06:41

(사진=CJ제일제당)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저속노화' 트렌드를 이끌며 식품업계와 협업을 확대해온 정희원 박사가 사생활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협업을 중단하고 나섰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22일 정 박사와의 협업을 중단한다고 밝히고, 정 박사의 레시피를 활용한 햇반 라이스플랜 제품의 포장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종이 포장에 표기됐던 정 박사의 이름과 사진을 삭제하는 방식이다.

햇반 라이스플랜은 정 박사가 제안한 '저속노화' 식단 개념을 적용해 지난해 11월 출시한 제품군으로, 렌틸콩현미밥과 파로통곡물밥 등이 포함된다. 출시 1년도 안 돼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넘어서며 '저속노화' 열풍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CJ제일제당은 자사 웹사이트에서도 정 박사 관련 홍보물을 전면 삭제했다.

매일유업 역시 정 박사와 공동 개발한 매일두유 렌틸콩 제품의 홍보물에서 정 박사 관련 내용을 모두 지웠다. 이 제품은 설탕을 넣지 않은 설계에 렌틸콩을 원료로 사용해 '저속노화' 식단 핵심 곡물을 강조한 바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CJ제일제당은 정 박사와 프로틴바를 출시했고,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정 박사가 참여한 '저속노화' 간편식 5종을 내놨다. 샐러드 전문 브랜드 샐러디도 정 박사와 협업 메뉴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법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정 박사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저속노화연구소에서 위촉연구원으로 일하던 30대 여성 A씨를 지난 17일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공갈미수, 주거침입 등 혐의로 고소했다. A씨가 정 박사의 배우자 직장과 주거지를 찾아가 위협했고, 저서 '저속노화 마인드셋'의 저작권 지분과 금전을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A씨는 19일 정 박사를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과 무고,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 A씨 측은 정 박사가 성적인 요구를 한 정황이 담긴 소셜미디어 메시지와 전화 녹음파일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이번 사건이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한 젠더 기반 폭력"이라며 정 박사가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성적 요구를 했고, A씨는 해고가 두려워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이에 대해 "상대의 주장은 명백한 허구이며 특히 위력에 의한 관계였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 박사는 21일 서울시 건강총괄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시는 사표를 수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정 박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며 '저속노화' 개념을 대중에 알린 인물이다. 지난해 8월 병원을 떠난 뒤 임기 2년의 시장 직속 비상근직인 건강총괄관으로 위촉돼 서울시 정책 전반에 건강 개념을 반영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