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원장 선임 '금감원 외압' 의혹 일파만파…탈락 한종수 "공정성 훼손"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2-22 18:10:35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한국회계기준원 제10대 원장 선임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결과를 뒤집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탈락한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는 22일 입장문을 내고 "총회 투표과정에 특정 기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회계기준원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이 훼손된 것"이라고 밝혔다.

회계기준원은 19일 회원총회를 열어 원장추천위원회에서 2순위로 추천된 곽병진 카이스트 교수를 신임 원장으로 선임했다.

원추위는 지난 11일 한 교수를 1순위(5표), 곽 교수를 2순위(2표)로 추천했으나, 회원총회에서는 곽 교수가 9표, 한 교수가 4표를 받으며 순위가 뒤집혔다.

원추위 순위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1999년 회계기준원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례적인 결과의 배경으로 금융당국의 개입 의혹이 짙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총회를 앞두고 금감원 관계자들이 투표권을 가진 일부 회원기관에 연락을 취했다는 정황이 알려졌다.

또한 투표 전날 금감원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업계 안팎에서 전해졌다.

이번 선임 절차는 앞서 원추위 심사 단계에서도 갑작스러운 영어면접 도입으로 특정인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등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25년 12월 6일자 [단독] 회계기준원장 추천위, 돌연 후보자 영어면접 도입…"금융위 교감 속 특정인 밀어주기 의심" 기사 참조>

회계기준원 회원총회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상장회사협의회, 은행연합회 등 14개 회원기관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대부분이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피감기관이거나 유관 단체다.

이 때문에 감독 당국의 '전화 한 통'이 사실상 투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원추위의 결정을 뒤집은 것 아니냐는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 교수는 입장문을 통해 "원추위가 많은 격차로 본인을 1순위로 추천했고 16일 이사회에서도 원안대로 추인됐으나, 19일 총회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기간에 부도덕한 행위 등 원추위 결과를 바꿀 아무런 결정적 흠결이 없었다"며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운영돼야 할 회계기준원의 인사가 불투명한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대한민국 회계 생태계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친 기업 성향' 논란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일부 시민단체 등은 한 교수가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당시 삼성 측 입장을 옹호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삼성의 핵심 경쟁사인 LG의 사외이사로 6년간 재직하는 등 삼성과는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다"며 "당시 의견서는 독립적 전문가로서 소신을 밝힌 것이며, 법원 판결을 통해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 속에 선임된 곽병진 신임 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회계정책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임기는 2026년 3월부터 3년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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