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금리 인하 한번도 생각 안해"

유정민

hera20214@alphabiz.co.kr | 2023-03-16 18:02:20

 

박기영 금융통화위원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유정민 기자]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SVB 사태에 따른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변수로 고려하며 금리인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미국 은행들의 파산이 국내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결정 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중앙은행의 맨데이트(책무)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는 원칙적인 말씀 밖에 못 드리겠다"며 "이번 사안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파급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통화정책 결정시 우리의 맨데이트인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하에서만 주요 변수를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2%에 들어서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아직 피벗(정책선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3월 물가가 많이 하락한다고 해도 기저효과로 물가 추세가 꺾였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3월이 되면 물가가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는데, 물가가 떨어지는 것 자체는 굿 뉴스"라며 "하지만 이는 지난해 물가가 올랐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으로 물가의 트렌드가 바뀌거나 꺾였다는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한은의 물가 목표에 부합되는지 볼 때는 근원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최근 SVB사태에 이어 주변 은행들의 연쇄 파산 우려 및 유럽 지역의 은행 위기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며 통화정책 결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통위에 1년 반 있었는데 항상 회의때마다 의사 결정을 하기 전 고차방정식을 풀고 나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며 "그동안은 국내 물가, 미 연준의 결정 등에 따른 하나, 하나의 방정식으로 5차 방정식의 느낌이었다면 최근 일주일간은 7차, 8차로 미지수 갯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 위원은 "SVB 파산 이후 이 정도면 이제 시장 컨트롤이 되지 않을까 생각 했었는데 다시 CS 문제로 사태가 번지면서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SVB 사태도 처음에는 안전자산인 국채, 주택저당증권(MBS)을 많이 갖고 있는 은행이 망했다고 해서 굉장히 놀랐는데 막상 들여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은행은 기본적으로 단기자금을 장기자금으로 바꾸는 기관인데, 이자율에 대한 헷징(위험 회피)을 안 하는 등 너무 교과서적인 원칙들을 놓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유하고 있는 국채의 시장가와 만기까지 보유할 때의 가치 이것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규제할 것인지 이런 문제도 있을 것 같다"며 "은행들이 이자율을 헷징하는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등 이런 것들에 대한 규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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