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나 기자
rosa3311@alphabiz.co.kr | 2023-07-05 18:00:33
[알파경제=김다나 기자]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굳어진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대구은행을 ‘메기’로 투입시킨다.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회사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지방은행에 대한 신규 인가도 추진하는 등 은행 산업을 ‘경합 시장’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 방안으로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들의 고금리 이자장사를 지적한 이후 은행권의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은행업계에 신규 플레이어 즉 ‘메기’를 풀고자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그 첫 타자가 DGB대구은행이 될 전망이다. 대구은행이 전국적 지점망을 가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밝혔다.
금융당국은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전환 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 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는 것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은행법에 따른 자본금, 지분구조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자본금 요건은 1000억원 이상으로, 지방은행 요건인 250억원보다 기준이 높다.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지분 보유 한도도 맞춰야 한다. 시중은행의 산업자본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된다.
현재 국내 은행산업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다 보니 금리 인하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쟁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이 전 은행권 대출의 63.5%, 예금은 74.1%를 가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금융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금리 인하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비슷한 금리의 유사하거나 동질적인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작년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은행이 역대 최대의 이자수익을 거두게 된 것은 코로나 사태, 저금리 등으로 대출 규모가 늘어나게 되면서 은행이 과점력을 활용해 높은 예대금리차를 책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경쟁을 촉진해 은행업권의 과점력과 예대금리차를 줄여 과점이윤을 감소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 정책도 ‘오픈 포지션’으로 전환된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에서 인가 방침을 먼저 발표한 뒤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자금력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췄다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의 경우 현행 법령상 요건과 함께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성과 및 안정성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해 심사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지점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을 높여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든다.
대표적으로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관련해 은행이 지켜야 하는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모두 50%로 일원화한다. 기존에는 지방은행 60%, 시중은행 45%였다.
아울러 외은지점의 원화예대율 규제를 개선해 기업대출 공급여력을 12조 2000억원가량 증가시켜 기업들의 대출선택권 확대·금리 인하를 꾀한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 범위가 확대되고 외국계 은행 원화 예대율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TF 논의 초반 핵심 논의 사항이었던 특화 전문은행이나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 도입은 미뤄졌다.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권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은행 핵심 기능인 수신·지급 결제 부분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역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방안을 추진하는 데 금융지주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과 금융혁신 노력, 은행업 경쟁촉진 방안 등이 조화롭게 추진되면 우리 금융산업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모두 자랑스러워할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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