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
qrqr@alphabiz.co.kr | 2023-03-22 17:44:49
[알파경제=임유진 기자] 포스코홀딩스, 세아베스틸지주 출범에 이어 동국제강도 지주사 전환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지난 21일 인적분할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면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을지 주목된다.
◇ 지분희석 우려하는 소액주주 달래기 관건
동국제강은 존속법인인 지주사 동국홀딩스와 신설회사인 열연사업회사 동국제강, 냉연사업회사 동국씨엠 등 3개 법인으로 분할한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 측은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사업부문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지속성장을 위한 전문성 및 고도화를 추구하며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영안정성을 증대시키고자 한다”며 분할 목적을 밝혔다.
이를 위해 동국제강은 오는 24일 서울시 중구 본사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해 관련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관건은 반발하는 주주들을 달래는 것이다.
인적분할은 지분율에 따라 신설 회사의 지분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높아지는 데 반해 소액주주의 지분이 희석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발의 목소리가 있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동국제강의 소액주주 비율은 56%에 달한다. 반면 동국제강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4.12% 수준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뒤 지주회사는 신설되는 자회사에서 의결권 있는 신주로 자사주 몫만큼을 배정받는다.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동국제강의 인적분할 비율이 지주사보다 사업회사가 높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으로 맞바꾸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하면 오너 일가 지분도 대폭 상승한다. 분할 비율은 동국홀딩스 16.7%, 동국제강 52.0%, 동국씨엠 31.3%다.
이미 오너 일가는 인적분할을 앞두고 지배력 확대를 위해 증여를 단행했다. 이달 초 장세주 회장은 장남인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와 차남인 장승익 씨에게 각각 지분 20만주, 10만주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장 전무와 장승익 씨의 동국제강 지분은 각각 1.04%, 0.47%로 증가했다.
지난 14일에는 장세욱 부회장이 자녀 장훈익, 장효진씨에게 각각 동국제강 주식 35만 주씩을 증여했다. 두 자녀의 지분은 0.52%로 늘어났다. 4세들의 지분율을 높여 신설회사의 지분을 활용해 지주사인 동국홀딩스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동국제강이 인적분할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분할존속회사에 배정한다면 자사주가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회사의 공공재산인 자사주가 전체주주가 아닌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대에 활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동국제강 측은 장세욱 부회장을 직접 내세운다. 이번 정기 주총에 장 부회장이 직접 나서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1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100원 높은 500원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약 20%가량 감소했음에도 배당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설득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 고액보수·장회장 복귀도 난관
하지만 문제는 또 남아있다. 동국제강이 이번 주총을 통해 ‘이사 보수한도 100억원 승인’ 안건도 통과시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간 오너가 형제들의 고액보수는 이미 논란의 대상이었다. 오너가 형제들의 보수가 다른 사내이사보다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미등기임원인 장세주 회장은 지난 2021년(57억 3000만원)에 이어 작년에는 58억 4000만원의 보수를 챙겨 철강업계 연봉 1위를 차지했다. 등기임원인 장세욱 대표는 2021년 49억원, 2022년 50억원을 수령했다.
좋은기업연구소(CGCG)는 최근 “지배주주에 대한 고액보수를 전제한 것으로 추정되는 임원 보수 한도 책정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이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장세주 회장의 8년 만 복귀 여부도 임시주총 관전포인트다. 2015년 장 회장은 횡령, 배임, 원정도박 등 혐의로 구속됐고 이듬해 11월 징역 3년 6개월, 추징금 14억여원 등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8년 4월 가석방된 장 회장은 5년간 취업제한을 받아 경영일선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광복절 사면으로 복귀가 가능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지분 6.99%)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장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도 2018년과 2020년, 2022년 세 차례 연속 반대한 전력이 있다.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가 소홀했다는 판단에서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 68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지주사가 되는 동국홀딩스를 존속회사로 두고 철강부문을 열연사업을 담당하는 동국제강과 냉연사업을 맡는 동국씨엠으로 분리해 전문화한다는 구상이다. 분할 비율은 동국홀딩스 16.7%, 동국제강 52.0%, 동국씨엠 31.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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