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약정 위반…”웨이버 취득 꾸준히 소통 중”
총 차입금 10조 4096억원, 3년새 198.45% 급증
핵심 주력사 롯데케미칼→롯데그룹 신용도 하향으로 이어질 수도
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4-08-20 07:55:01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롯데케미칼이 불황의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적자가 쌓이면서 재무부담은 더욱 가중됐고, 올해 1분기말 현재 총 차입금은 무려 10조940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3년 사이 부채가 3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분위기가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과 빚으로 인한 이자 부담이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 ◇ 재무약정 위반…”웨이버 취득 꾸준히 소통 중”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3년간 실적악화로 인해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재무 약정을 위반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롯데케미칼은 은행 등 금융권에서 자금을 차입할 당시 일정 재무비율, 신용평가 등 여러 기준을 유지해야 하는 조항이 포함됐으나, 이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본계 미즈호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면서 연결기준 ‘순금융부채/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4배 이하로, ‘EBITDA/이자비용’을 5배 이상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업황 악화로 인해 약속한 재무비율을 지키지 못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미즈호은행을 비롯해 이미 웨이버(Waiver Consents, 계약유지 약정서)를 취득하는 등 업황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금융권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고 설명했다.
웨이버는 계약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계약을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재무적 준수 사항에 대해 일시적으로 적용 유예를 받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웨이버를 취득했더라도 재무약정을 지키지 못한 건 향후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AA0) 전망 역시 안정→부정으로 하향 조정됐다.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가 지속되면서 신용등급은 AA-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한신평)
◇ 총 차입금 10조 4096억원, 3년새 198.45% 급증
롯데케미칼은 자금조달이 한계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를 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3월말 기준 총 차입금은 10조9408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5조5312억원, 장기성 차입금은 5조409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12월 총 차입금 3조6658억원과 비교하면 3년만 198.45% 급증한 것이다.
오윤재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일부 한계사업 정리 과정에서 지분 매각 등에 따른 자금유입도 기대되나, LINE 프로젝트 잔여 투자 약 1조원 등 사업재편과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부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업현금창출력 약세를 감안하면 자금수지 안정화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며, 최근 빠르게 확대된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3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금융 7000억원 만기가 도래한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증권사들과 기업어음(CP), 회사채, 주가수익스와프(PRS) 등의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롯데카드와 구매약정 신용카드 약정을 맺어 300억~4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 핵심 주력사 롯데케미칼→롯데그룹 신용도 하향으로 이어질 수도
한신평은 롯데그룹의 유사시 계열지원 가능성 판단 시, 계열사 간 긴밀성 등을 감안해 지원주체를 롯데그룹으로 설정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원주체 기준신용도는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호텔롯데의 가중평균 신용도를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룹의 핵심 주력사인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하향은 그룹 지원주체 신용도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오윤재 선임연구원은 “그룹 지원주체 신용도가 하향 조정되면,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의 경우 자체신용도와 지원주체 신용도 격차 등을 감안할 때, 그간 반영해 온 유사시 계열 지원가능성에 따른 등급 상향(Notch Uplift)을 더 이상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