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오늘 제 차는 쉬는 날입니다"… 2·5부제가 바꾼 K-직장인 출근길 풍경

김단하 기자

kay33@alphabiz.co.kr | 2026-04-08 17:35:09

(사진=AI생성)

 

[알파경제=김단하 기자] 어제는 차를 두고 지하철로 출근했는데, 평소보다 붐비긴 해도 책 읽을 시간이 생겨 좋더라고요. 회사 통근버스도 늘어나서 내일은 버스를 타볼까 합니다"


--  NH투자증권 A씨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유 자원안보 위기가 경계 단계로 격상되면서 K-직장인들의 아침 출근길 풍경이 확 달라지고 있다. 
텅 빈 사옥 주차장 대신 대중교통과 셔틀버스로 발길을 돌리는 직장인들이 늘어났고 사무실 내부는 에너지 다이어트로 조금은 어두워졌지만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에 맞춰 재계와 금융권이 자율적인 차량 2부제와 5부제에 전면 동참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직장 생태계다.
◇ 홀수? 짝수? 매일 아침 번호판 확인하는 직장인들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곳은 차량 2부제(홀짝제)를 도입한 4대 금융그룹이다. 신한과 우리금융그룹이 8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갔고, 지난 6일 먼저 시작한 농협금융과 오는 13일 합류하는 하나금융그룹 직원들은 이제 매일 아침 달력의 날짜와 내 차 번호판 끝자리를 맞춰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
​반면 제조 시설과 전국 단위 영업망을 갖춘 주요 대기업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하루 차를 두고 출근하는 차량 5부제에 적응 중이다.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HD현대 등은 기존의 느슨했던 제한 조치를 5부제로 전면 강화했다.
한 대기업 직원은 "부서원들끼리 서로 차가 쉬는 날을 공유해 카풀을 하거나 아예 마음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지옥철은 피하자…셔틀버스 증차하고 시차 출퇴근 도입
​갑작스러운 차량 운행 제한으로 아침저녁 대중교통이 혼잡해질 것을 우려해 기업들도 직장인 피로도 줄이기에 나섰다.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은 사내 통근버스를 대폭 늘려 출퇴근 지원에 나섰다. 
금융권은 아예 출퇴근 시간을 분산시키는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한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 등은 붐비는 출퇴근 시간을 피할 수 있도록 시차 출퇴근제를 권장하고 거점 오피스인 스마트워크센터 근무를 활성화해 직원들의 이동 거리 자체를 줄여주고 있다.
​◇ 불 꺼진 사무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일상 스며든 친환경 문화
​사무실 내부의 풍경도 달라졌다.
단순한 차량 통제를 넘어 일상생활 속 에너지 절약이 사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신한금융은 집중 근무 시간에 엘리베이터 운행을 줄였고 LG와 HD현대 등은 유휴시간 설비 전원 차단과 점심시간 소등 챌린지를 통해 에너지 다이어트를 실천 중이다.
특히 ​신한금융의 그린 프라이데이는 눈길을 끈다. 금요일마다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이메일을 대거 삭제해 데이터 센터 전력 소모를 줄이는 디지털 캠페인까지 병행한다.
​우리금융은 텀블러 사용을 다시금 강조하며 일회용 플라스틱과 종이컵 사용을 최소화하는 등 생활 밀착형 절감 활동에 나섰다.
​다소 불편해진 출근길과 어두워진 점심시간 사무실 풍경. 하지만 직장인들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희생이 아닌 기후 위기와 자원 부족 시대에 발맞춘 '슬기로운 친환경 생활'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며 담담하게 적응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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