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7-04 17:43:18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SK텔레콤이 올해 4월 발생한 해킹 사고와 관련해 계약 해지 고객의 위약금을 면제하고 전체 고객에게 통신요금 50% 할인 등 대규모 보상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이뤄진 이번 결정으로 통신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은 4일 민관합동조사단의 사이버 침해사고 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긴급 이사회를 거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위약금 면제 대상은 4월 18일 24시를 기준으로 약정을 해지한 고객과 14일까지 해지를 예정한 고객이다. 위약금은 약정 기간 내 중도 해지 시 제공받은 할인 혜택을 반환하는 금액으로, 단말 지원금 반환금이나 선택약정할인 반환금이 해당된다.
이미 위약금을 납부한 고객들에게는 신청을 받아 환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단말기 할부금은 통신 서비스 약정과 별개의 구매 계약이므로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15일부터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8월 통신요금의 50%를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별도 신청 절차 없이 8월 사용 요금에서 월정액과 문자, 음성, 데이터 통화료를 합산한 금액의 절반이 자동으로 할인된다.
할인 혜택은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 고객들에게도 제공된다. SK텔레콤은 알뜰폰 사업자들과 협의를 통해 동일한 수준의 할인 혜택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전체 고객에게 매월 데이터 50GB를 8월부터 연말까지 제공한다. 다만 일부 어린이·청소년용 요금제는 50GB가 기본 제공되지 않으며, 19세 미만 자녀를 둔 경우 법정대리인이 고객센터나 대리점을 통해 제공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번 해킹 사고는 4월 18일 오후 6시 9분 SK텔레콤 보안관제센터에서 비정상적인 트래픽을 탐지하면서 시작됐다. 해커들은 BPFDoor라는 악성코드를 사용해 약 2300만명의 가입자 유심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 후 이미 약 40만명의 고객이 해지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위약금을 감수하고라도 해지를 강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믿고 기다려주신 고객에 대한 감사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는 마음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고객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수준의 정보보호 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총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통신·플랫폼 기업 중 최대 수준의 투자 규모다.
투자 내용에는 최고 수준의 정보보호 전문 인력 영입과 내부 전담 인력 육성이 포함된다. 정보보호 전문 인력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하고, 보안 기술과 시스템 강화를 위한 투자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정보보호 관련 거버넌스도 전면 개편한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조직을 CEO 직속으로 격상하고, 이사회에 보안 전문가를 영입하며, 회사 보안 상태를 평가하는 레드팀을 신설한다.
SK텔레콤은 또한 정보보호 기금 100억원을 출연해 국내 정보보호 생태계 활성화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번 보상 방안의 상세 내용은 T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되며, 전체 고객에게 문자 메시지와 별도 안내 페이지를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의 해킹 사고가 약관상 위약금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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