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미국에 주주충실의무 없다는 말은 나쁜 거짓말"

김다나 기자

star@alphabiz.co.kr | 2025-04-27 16:27:34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다나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는 어느 나라나 다 있다"면서 "미국에 충실의무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나쁜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복현 원장은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인터뷰에서 "주주 충실의무나 상법 개정, 기업지배구조 합리화가 추진되면 재계가 아무것도 못 하고 투자도 못 한다는 프로파간다(선전·선동)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이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며 직을 걸었던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당론으로 발의된 이 법안은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재계의 지속적인 우려 속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는 17일 이 법안을 재표결했지만, 가결요건(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이 원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2심에서 6대 5로 판결이 났던 게 지난 20여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주주 충실 의무 축소 해석의 단초가 됐다"면서 "이사가 회사에만 충실하면 되지 주주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회사에 손해를 안 미치면 주주들이 쪽박을 차더라도 이사는 책임을 안 진다는 게 지금 해석의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더는 이를 감내하기 어렵다보니, 입법으로 해결하려 했고, 정권 초부터 추진해 지금 민주당이 낸 것보다 훨씬 세련되고 깔끔한 조문의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있었다"며 "추진 과정에서 재계의 반대가 너무 강해서 최소한 어떤 한계를 넘으면 의무의 대상이 되게 장치를 만들자는 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질은 상법이든 자본시장법이든 주주보호 원칙을 넓게든 좁게든 넣자는 것인데, 지금은 상법 개정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개혁주의자로 비쳐지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이제는 180석 야당이 이 법안을 매운맛 버전으로 해놓은 이상 정치적 타협이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유상증자 등 건건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 형성이나 증대 요구가 크다"면서 "부동산은 이미 가격 수준이 너무 높아 자산 형성의 주된 도구가 되기 힘들고, 따라가려면 과도한 레버리지로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자본시장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의 룰을 공정하게 해서 모두가 페어하게 하자는 게 보수의 가치에 맞다"면서 "사실 보수가 이 가치를 놓치고는 선거 국면에서 이길 수가 없다. 우리가 (상법을) 뺏긴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두산,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권신고서 정정요구와 관련해 "옛날이라면 증권신고서에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반려했으면 금감원장 집에 가라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이런 조치가 시장에서 수용된다는 건 변화의 필요성이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서는 "단군 이래 최대인 3조6000억원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주주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지점인데 바로 직전에 1조3000억원을 다른 곳으로 보냈고, 그게 승계 이슈와 관련됐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오얏나무 밑에서는 일부러 갓끈을 안 매야 하는데 제일 큰 나무 밑에서 맸다"고 비판했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