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혜영 기자
kay33@alphabiz.co.kr | 2025-03-31 17:26:16
[알파경제=차혜영 기자] 김홍국 하림 회장의 4남매가 그룹 경영에 속속 합류하며 하림그룹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홍국 회장의 딸 김현영·김지영 자매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영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앞서 장녀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와 장남 김준영 팬오션 팀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상황에서 두 자매까지 그룹 주요 신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수업에 나서면서 '4남매 체제'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장녀 김주영 상무는 하림지주 기획팀 출신으로 현재 전략기획2팀을 이끌고 있으며, 장남 김준영 책임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를 거쳐 팬오션에 합류했고 NS쇼핑과 물류 자회사 글라이드의 이사직도 맡고 있다.
차녀 김현영 씨와 삼녀 김지영 씨는 지난해 하림지주에 각각 차장과 과장으로 입사해 신규 플랫폼 사업을 맡을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역할이나 실행 전략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승계 작업이 가속화되는 와중에 그룹 핵심인 식품 부문은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업계에서는 구조 개선과 재무 건전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림그룹의 핵심 축인 식품 부문은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하림의 식품 사업 부문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조2854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85억원으로 29.5% 줄었다.
특히 하림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하림산업은 2020년 영업손실 294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589억원, 2022년 868억원, 2023년 1096억원으로 매년 손실 폭을 키워왔다. 2024년에는 결손금이 5609억원에 달했다.
같은 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림산업의 자본총계는 3200억원이며, 단기차입금은 6232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자산의 약 60% 수준으로, 외부 차입에 크게 의존해 유동성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각한 적자의 원인으로는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미식'에 집중한 고비용 구조가 지목된다.
더미식의 매출은 2022년 461억원, 2023년 705억원, 2024년 802억원으로 외형상 성장했지만, 매출원가는 1328억원으로 매출 대비 약 1.7배에 달한다.
이는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손실도 커지는 구조적 '역마진' 상태를 의미한다.
게다가 하림산업은 2024년 한 해 동안 광고선전비만 267억원을 지출했고, 판매비와 관리비 전체는 750억원에 달해 매출(80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마케팅, 설비 확장에 많은 자금을 투입했지만 이익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재무 부담만 가중된 상태다.
유형자산 증가도 문제로 꼽힌다. 2024년 기준 하림산업의 유형자산은 487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481억원 증가했다.
이는 가공식품 공장 증설과 물류시설 확대 등에 따른 고정자산 투자로 풀이된다. 수익성 개선 없이 고정비만 증가하면서 재무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재무 안정화와 수익 구조 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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